뭐가 좀 유행이다 싶으면 일단 부정적으로 보는 것도 성격인가 보다. 한동안 MBTI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SNS나 유튜브에서 너도나도 MBTI 결과를 공개하며 관련 콘텐츠들이 올라왔다. 카톡에서는 MBTI와 각종 유사 검사들을 서로 보내며 결과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세상에는 별별 사람이 다 있는데 단 16개의 유형으로 구분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바탕에 이론이 있긴 하지만 - 조금 심하게 말하면 - '혈액형 성격설'의 확장판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떠한 경향이 있을 수는 있지만 반박 가능한 사례들이 너무나 많을 테니까.
유행 다 지나고 나서 뒷북치는 것도 성격인가 싶다. 뒤늦게 MBTI 검사를 해보니 결과는 INFJ였다. 결과를 읽어보니 얼추 맞는 내용이 많아서 굉장히 흥미로웠다. 상담 시간에 상담사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TCI 검사를 소개해 주셨다. TCI 검사는 우리가 가지고 태어난 '기질'과 성장하면서 만들어지는 '성격'을 구분해서 파악할 수 있는 검사였다. 보다 좀 더 자세하게 나를 알고 싶었던 나는 검사를 하기로 했다. 검사 후 3일 뒤, 상담사 선생님께 검사 결과의 해석을 들을 수 있었다.
검사 결과는 놀라웠다. 너무나 정확했다. 항목은 4개의 기질과 3개의 성격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각 특성에는 하위 척도들이 있었다. 결과를 보면 해당 항목에 대한 원점수와 내 성별과 연령대에서의 위치도 알 수 있었다. 각 기질과 성격의 특성에 대한 설명도 흥미로웠지만, 특성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나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특성에 대한 설명을 하나씩 들을 때마다 연관된 에피소드가 마구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용한 점집에 간 사람처럼 '맞아요, 정말 그래요'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왜 이럴까' 했던 의문들이 어느 정도 풀리는 기분이었다.
재미있기도 했지만 더 중요한 게 있었다. 내 성격은 장점이나 단점이 아니라 그저 하나의 특성이었다. 물론 이 검사가 나를 온전히 담아내지는 못한다. 하지만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경험이었다. 이 결과지를 살펴보는 게 꼭 나와 닮은 누군가를 마주하는 듯했다. 그러자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내 성격들이 유일한 '특징'이자 '개성'으로 보였다. '그랬구나. 그럴 수 있겠다.' 여태껏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나 자신이 내 마음속으로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내 자존감이 쑥-하고 올라가는 기분. 검사를 통해 내 장단점을 알게 된 것보다 더 큰 수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