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처음으로 심리 상담을 받으러 간 적이 있다. 주말에도 마음 편히 쉴 수가 없었던 탓이다. 이상한 일이었다. 아무리 피곤해도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 했다. 일을 하든, 공부를 하든, 독서를 하든, 정 안되면 청소라도 해야 했다.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며 모든 기운을 빼고 나서야 곯아떨어졌다. 그런데 이제는 자려고 누우면 머리가 복잡하고 가슴이 두근거려서 잠이 오질 않았다. 어찌어찌 잘 버틴다 했는데 잠까지 못 자게 되니까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내 속마음을 남에게 잘 털어놓지 않는 편인데도, 전문가의 도움이 워낙 간절해져서 상담실의 문을 두드렸다.
은근 떨렸다. 첫 상담이라니. 그래서 나름 준비를 많이 하고 갔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미리 정리를 했다. 상담 선생님은 내 생각보다 더 친절하셨고 여러 가지 질문을 하셨다. 그렇게 몇 번의 상담을 하면서 나는 문제의 원인을 알게 되었다. 내가 쉬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건 바로 '돈' 때문이었다. 내 모든 가치의 기준은 '돈'이었다. 나는 돈이 없어서 불행하고, 돈이 없어서 자신감이 없었다. 이전에 번역한 원서가 출간되어 사람들이 축하해 줄 때에도, 나는 '이거 푼돈밖에 안되는데...'라고 생각했다. 이 시간에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마음 편히 쉴 수가 없었던 거다. 상담 선생님이 물었다. "그럼 얼마가 있으면 행복할 수 있을까요?" 잠깐 고민한 내가 말했다. "음... 한 100억이요?" 상담 선생님이 웃었다.
이 생각들의 출처는 어디일까. 어릴 적 엄마와 아빠는 출근 전에 뽀뽀를 할 만큼 사이가 좋았다. 하지만 집에 안 좋은 일이 연달아 생기면서 돈 때문에 지긋지긋하게 많이 싸웠다. 어린 나는 오늘도 큰 소리가 나지 않을까 항상 걱정이었고, 나쁜 기억은 좋은 추억보다 오래 남는 편이었다. 그래서 행복하려면 돈이 필요했다. 상담 선생님이 물었다. "그럼 부자들은 다 행복할까요? 돈이 없어도 행복한 사람들이 있지 않나요?" 나는 순간 얼었다.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 그러네요?" 나 자신이 웃겨서 웃음이 나왔다.
상담 선생님이 말했다. "불안은 확신에서 와요." 나는 행복하려면 무조건 돈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들은 부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집에 와서 내 생각들을 차근차근 정리하고 반박해나갔다. 물론 돈은 중요하다. 돈이 많으면 구질구질한 걱정도 줄어든다. 하지만 부자라고 모두 행복한 건 아니다. 돈이 없어도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돈이 없어도 당당한 사람들도 많았다. 중요한 건, 확신에 찬 내 머리에 '꼭 그렇지는 않다'라고 살짝 금을 내는 일이었다. 그러자 100%라고 믿었던 확신이 와장창 깨지며 편협한 사고의 파편이 쏟아졌다. 그리고 나는 다시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난 아직도 상담 중이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아직 상담 드릴게 많아요. 다음 주에 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