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놀이동산에서 재밌게 노는 사람이 부럽다. 그들의 '놀이'가 나에겐 '공포'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후룸라이드'나 '회전그네'까지는 어찌어찌 즐기며 타겠는데, 그 이상은 무리다. 물론 도전을 안 해본 건 아니다. 'T 익스프레스'나 '자이로드롭'은 줄을 서서 비명을 듣는 일부터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줄이 짧아질수록 사람들은 환하게 웃었지만, 반대로 내 표정은 침울해져가곤 했다.
나를 무섭게 한 첫 번째 놀이기구는 에버랜드의 '독수리 요새'였다. 어린 시절의 나는 곧 다가올 일을 전혀 모른 채 순진한 얼굴로 기대하고 있었더랬다. 하지만 요새를 빠져나온 독수리는 미친 듯이 날기 시작했고, 나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속도에 놀라서 당황했다. 독수리는 점차 가속하며 좌우로 흔들거렸고, 혼미해진 나는 정신줄을 붙잡으려고 온몸에 힘을 준 채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이는 '나의 역사' 전기의 큰 사건 중 하나였다.
'나의 역사' 중기에 접어든 요즘, 나는 시간이 너무 빨라 무섭다. 무심코 시계를 볼 때. 일정을 확인하려 달력을 볼 때. 월요일이 싫어 일요일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울 때. 벌써 2021년이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그 해의 4분의 1이 지났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때. 나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속도에 놀라곤 한다. 달갑지 않은 종착지가 정해져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정신없이 사는 동안 무언가를 놓친 듯한 불안함 때문일까.
시간은 간다. 눈을 꼭 감고 있어도, 숨을 참고 온몸에 힘을 주고 있어도. 그래서 나는 즐기고 싶다. 지금 이 자리에 버티고 있겠노라 애쓰며, 다가오는 내일이 두려워 잠 못 드는 대신, 왜 이리 빠르냐며 짜증을 내는 대신, 잊어버린 불안함과 잃어버린 상실감 대신.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과 기분 좋은 바람, 그리고 나를 벗어난 속도감을 즐기고 싶다. 나는 그렇게 재밌게 노는 사람이 부럽더라.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