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 면접

by 대한극장옆골목

술을 한잔하니까 문득 입사 면접 때가 생각난다. 정직원이 되기 전 마지막 단계인 임원 면접. 면접 스타일은 당시 유행하던 일대다 '압박 면접'이었다. 대기실에 앉아 있자니 이번 면접은 압박이 장난 아니라더라, 몇 번 면접실에서 지원자가 울면서 나왔다더라, 하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갈수록 심해지는 긴장감 속에 내 차례가 되었다. 면접실에는 뭐 때문인지 화가 많이 난 면접관들이 앉아있었다. 나는 뻔히 보이는 싸늘한 분위기가 개의치 않다는 듯, 애써 힘차게 인사를 했다.


물론 나 또한 압박을 피할 수는 없었다. 심각한 표정의 면접관이 내게 물었다. 지원서를 보니 뭐가 많이 적혀있긴 한데. 겉만 번지르르하지 내실이 없는 거 아닙니까? 나는 당황하여 방어하듯이 둘러대기 시작했고, 곧 다른 면접관이 나를 진정시키며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렇게 정신없이 답변을 하다가 면접이 끝났다. 임원 면접은 합격률이 다른 면접에 비해 높은 편이었지만, 분명 떨어지는 사람도 있어서 안심할 수는 없었다. 다행히 면접 결과는 합격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때의 그 질문이, 과장이 된 지금까지 생각이 난다. 내심 충격이 컸던 걸까. 이 말은 회사 생활을 하는 내내 계속해서 나를 따라다녔다. 신입사원 때 나는 앞으로 회사를 다니면서 실속을 잘 챙기고 내실을 단단히 다져야지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상황을 잘 파악하고 기민하게 움직이는 부류가 아니었다. 내가 한 일을 잘 포장하지도 못했고, 싹싹하게 굴며 인맥을 쌓지도 못했다. 그저 조용히 묵묵하게 일만 하던 나는 그런 동기들을 보면서 불안했다. 나만 바보처럼 손해 보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다들 비트코인으로 돈을 번다는데 나만 못 벌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압박 면접은 왜 하는 걸까. 그렇게까지 사람을 공격하면서 뭘 보고 싶었던 걸까. 내실이란 게 대체 뭐라고 이렇게 나를 괴롭히는 걸까. 누군가에게는 그저 지나가는 면접 질문이었을 그 말이 나를 이렇게 오랫동안 따라다닌 건, 사실 내가 나를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일 테다. 그래. 그동안 뭐든지 잘할 수는 없지만, 뭐든지 열심히 했다. 실수도 많이 했지만 후회는 없다.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 해도 지금보다 더 잘할 자신은 없다. 그럼 그걸로 충분한 거 아니야? 술을 따라 다음 잔을 채우고, 이제 그 끈덕진 질문은 이 잔과 함께 놓아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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