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을 몰라

by 대한극장옆골목

가끔 이런 날이 있다. 한 끼를 먹더라도 제대로 먹고 싶은 날. 근사한 식당에서 한껏 분위기를 잡고 싶은 날. 비싼 음식을 먹고 시원하게 결제하며 기분을 내고 싶은 날. 멀리서 온 친구에게 유명한 식당을 소개해 주고 싶은 날. 그런 날이면 인터넷에 맛집을 검색해본다. '황홀한', '설레는', '깔끔한', '기가 막히는', '멈출 수 없는' 맛집들이 넘쳐난다. 아무리 봐도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맛집은 내가 직접 가서 먹어봐야 안다. 남들이 맛있다고 해도, 블루리본이나 미슐랭 스타를 받아도, 결국 내 입맛에 맞아야 하니까. 그런데 나는 이런 맛집을 잘 모른다. 굳이 줄 서서 먹는 맛집을 찾아다닌 적도 없지만, 맛있게 먹은 식당이 없는 것도 아니다. 맛있게 먹었어도, 뒤돌아서면 잊었다. 따로 맛집 리스트를 만들어놓지도 않았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지도 않았다. 그래서 이런 날이면, 동네 구석구석 맛집을 술술 대는 사람이 부럽기도 하다.


이게 다 맛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탓이다. 나는 매 끼니마다 메뉴를 정하는 것이 즐거움보다는 곤욕에 가까운 부류다. 대충 입맛에 맞는 것이 생기면 질릴 때까지 그것만 시켜 먹는다. 한 번은 미래형 식단이라는 '파우더형 식사'를 박스 째 사놓고 한 달 동안 물에 타 먹은 적도 있다. 나에게 있어 먹을 것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다. 허기진 배를 채우고 영양을 공급하는 생존 활동,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게 참 아쉽다. 내가 좋아하는 단골 식당이 없다는 게. 내가 직접 먹고 인정한 나만의 맛집이 없다는 게. 술이 한 잔 생각나는 날. 뜨끈하게 해장하고 싶은 날. 누군가를 축하하고, 축하받고 싶은 날. 또는 조용하게 식사하고 싶은 날. 그런 날에 고민 없이 갈 수 있는 식당이 없어서 아쉽다.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는 소소한 식도락을 모두 놓쳐버린 것만 같다. 살면서 알게 된 것들, 그리고 그날의 추억까지도 그냥 흘려버린 것 같다. 그게 참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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