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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극장옆골목 Apr 22. 2021

간결하고 엄중하게

언제나 그랬듯이, 뉴스 기사를 보면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자극적인 제목에 걸맞게 내용은 더할 나위 없이 충격적이다. 과연 나와 같은 인간이 맞는 건지 의심스러운 잔인한 사건부터, 분통 터지도록 심각한 사건까지.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손꼽을 수도 없다. 웹페이지에 덕지덕지 붙은 광고들마저 혐오감을 부추긴다. 물론 뉴스는 뉴스다. 평범하지 않은 일이기에 뉴스가 되는 거겠지.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불안하다. 그리고 그 밑에는 법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찬 댓글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중국 최초 통일 왕조인 진나라(秦)는 폭정으로 전국 각지에서 반란이 일어나 15년 만에 망한다. 반란군이었던 유방은 진의 수도 함양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데, 그는 입성하자마자 민심을 달래기 위해 세 가지를 약속한다. '사람을 죽인 자는 사형에 처하고, 상해를 입힌 자와 재물을 훔치는 자는 그에 상응하는 벌을 내린다.' 그 외 다른 법은 전부 없애버린다. 이에 복잡하고 까다로운 법에 억눌렸던 사람들은 환호했고, 그는 민심을 얻을 수 있었다.


법은 어렵고 복잡하다. 물론 세상이 많이 복잡해졌으니까 그럴만하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에게서 멀어졌다. 고위 공직자나 부유한 사업가 등 법과 가까운 이들은 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이용한다. 엄격하지 않은 법은 가해자들의 사정을 봐주며 감싸주기 바쁘다. 법을 잘못 적용해서 억울한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어선 안된다지만, 그 때문에 억울한 피해자들만 수없이 생기고 있다.


이해가 안 된다. 술을 마시면 왜 죄가 가벼워지는지. 성범죄를 여러 번 저질러도 발찌 하나 달아놓으면 안심할 수 있는 건지. 말도 못 하고 학대받는 아이들은 대체 누가 대변할 것이며. 미성년자 피해자는 그대로인데 미성년자 가해자는 왜 용서받는 것인지.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편법으로 많은 이익을 챙기고도 어찌 그렇게 당당할 수 있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이해하지 못하면 믿을 수도 없다. 내가 단순해서 그럴진 몰라도, 나는 우리의 법이 더 간결하고 엄중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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