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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ctuary Sep 27. 2024

#006(6일차) D-95

이탈리아 이탈리아어


작년 초에 처음 시작했다가 중단과 다시 시작하기를 반복했던 이탈리아어 공부를 올해 5월부터 진짜 굳게 결심하고 다시 시작해서 9월말인 지금까지 계속 하고 있다. 영어를 어느 정도 편하게 구사하면 이탈리아어도 쉬울 거라며 격려해주던 이들의 말만 믿고 시작했는데, 이게 웬걸? 생각보다 외울 것도 많고 영어와 완전히 다른 단어나 문법도 많아서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친구를 통햐 한국말을 급히 배워야하는 이탈리아인과 언어교환을 하게 되어서 비교적 규칙적으로 공부를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것도 맹점이 있다. 이탈리아어를 배우려면 내가 공부를 해야 모르는것을 물어볼 수 있는데, 내 수준이 아직 초보단계이고 이탈리아사람인 마르타의 경우 대학 부설 언어교육원에서 이미 4급 한국어를 배우고 있어 두 언어의 배움 수준이 많이 다르다는 점, 그리고 나는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교사자격증을 가지고  있어 차근차근 그 수준에 맞게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지만 언어를 가르쳐본 경험이 별로 없는 마르타는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 정작 내 수준보다 높은 단어나 문법을 한꺼번에 가르치려곤 해서 이탈리아어 학습효과가 떨러진다는 점이다.


이탈리아인의 자기 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마르타의 경우, 한국에 온지 2년 가까이 되었는데 한국어의 4개 영역, 즉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중에서 쓰기, 읽기는 매우 잘한다. 그렇지만 듣기와 말하기에 어려움이 크다. 특히 말하기는 다른 세 영역에 비해서 매우 낮은 성취도를 보여주는데, 내가 1년 가까이 만나서 학습을 도와주면서 느낀 점은 말하기 영역에서의 문제는, 바로 마르타의 완벽주의인 것 같다. 다시 말하면, 실수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말하기 자체를 잘 시도하지를 못하고 말하는 속도가 너무나 느리다는 것이다. 그래서 늘 어학원에서도 이 점에 대해서 지적을 받는다고 한다. 나와 연습할 땐 곧잘 하는데 막상 어학원 수업에서는 입이 얼어붙고 말하기가 너무나 힘이 든다고 한다. 한편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단순히 언어만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아직 마르타는 그런 준비가 안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 영어를 무려 10년 이상 가르치지만 정작 영어로 자신있게 편하게 하고싶은 말을 입을 떼고 하는 건...성인이 되어서도 매우 어렵다. 하물며 이탈리아인이 한국어를 2년 배웠다고 갑자기 잘하기는 힘들 것이다. 내가 안타까운 점은, 남을 의식하는 두려움 때문에 배움에 발전이 없는 상태다. 조금만 용기를 내고 내가 실수하더라도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자세가 언어를 습득할 때 정말 중요한데, 마르타는 한발 내딛지를 못해서 몇달 째 정체상태이다. 나 역시 영어를 배울 때 이와 비슷한 이유로 어려움이 많았다. 내가 잘못 발음하면 어쩌지, 내가 만든 문장을 상대방이 잘 이해못하면 어쩌지, 이 표현이 맞는 표현일까 등등 머리 속으로 생각하다가 결국 포기한 적이 너무나 많았다. 이런 지난한 과정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은 실수를 두려워하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는 점이었다. 또 내가 설사 잘못 말해도 외국인이 모국어가 아닌 언어를 구사하면서 실수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는 점을 깨닫기 시작한 시점부터였다. 그런 점에서 어휘나 문법이 턱없이 빈약해도 타인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하고싶은대로 마구 말하는(막.영.어- 나는 말한다 그러니 너는 알아서 알아들어라) 태도 덕에 막가파 영어로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 나의 남편이 신기하고 부러울 따름이다. 나는 죽어도 그렇게 못하기 때문에. 어쨌든 이 시점에서 진도는 잘 못나가고 있지만 포기하지 말고 용기를 내서 지지부진한 이탈리아어 공부를 계속해나가야겠다. 이탈리아어를 배우는 이유와 배경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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