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가장 안전한 장소는 아니다
얼마 전 미용실에 갔다가 원장이 평소와는 달리 모자를 푹 눌러쓰고 일을 하고 있어서 무슨 일인가 물어봤더니 머리 뒤편을 다쳐서 붕대를 대고 있다고 했다. 일단 보기도 흉하고 손님들이 왜 다쳤냐고 자꾸 물어볼 때마다 일일이 대답하기가 번거로워서 다 나을 때까지 모자를 쓰고 있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다친 사연을 들어보니 놀랍다. 자기는 매트리스를 깔아놓고 잠을 자는데 평소처럼 방에서 잠을 자다가 새벽에 화장실에 다녀와서 비몽사몽 간에 다시 바닥에 눕다가 매트리스 위쪽에 있던 작은 소파테이블 모서리에 머리 뒷편을 찧었다고 했다. 그런데 순간 아프긴 했지만 너무 졸려서 그냥 누웠는데 머리 뒷편이 점점 축축해지고 뭔가 흘러서 할 수 없이 불을 켜니 피가 철철 흘러넘쳐서 깜짝 놀라서 병원 응급실에 갔다고 한다. 혼자 사는 사람이라 혼자 운전해서 응급실에 가서 두피를 꿰매고 파상풍 주사를 맞았다고 했다.
며칠 전에는 지인이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안부전화를 했는데 입원한 이유를 들어보니 어이가 없었다. 평소처럼 주방에서 일하다가 물기가 있는 바닥에 미끄러지면서 식탁 모서리에 가슴쪽을 대고 넘어졌는데 순간적으로 숨이 안쉬어져서 이렇게 죽나보다 하고 공포에 질렸다고 했다. 가족이 급히 119를 불러 응급처치를 해서 다행히 살아났는데 한쪽 갈비뼈가 부러지면서 폐를 건드렸다고 한다. 가정에서 일어난 사고치고는 상상하기도 싫은 위험한 사례이다. 나의 엄마는 작년에 욕실에서 넘어지셔서 천추가 골절되었고 병원에서 MRI를 찍어본 결과 기존에 수년 동안 척추 협착이 진행매우 심하게 진행된 상태인 것이 발견되어 척추협착수술을 받고 몇 달 동안 입원과 재활 치료를 받으셔야만 했다.
우리는 내 집이 가장 편안하고 안전한 장소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이 자기들이 사는 바로 그 집안에서 다친다. 아마 그 이유는 집이니까 밖에서처럼 긴장이나 조심을 더 안하기 때문인 것 같다. 마침 계절이 바뀌는 타이밍이라 요즘 시간 날 때마다 집안 구석구석 정리를 하나씩 해나가는 중인데, 집안에 쓸데없는 물건이 많거나 가구나 물건의 배치가 동선을 방해하면 아무래도 다칠 확률이 높아지는 것 같으니 불필요한 물건들을 과감하게 없애버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