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의지하는 자, 저주받을 것이다"
예레미야서 17:5 RNKSV
2년 전 5월, 가까운 이와의 문제로 명동에 P 신부님을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내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그 신부님이 이 성경구절을 알려주셨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그리고 태생적으로 약한 존재이다. 그래서 누군가, 어떤 존재를 의지해야만 한다.
누군가는 그것이 물질적 재산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명예 또 어떤 이에게는 초월적 존재 또 어떤 이에게는 어떤 사람일 수도 있다.
대중영화인 허진호 감독의 2001년작 <봄날은 간다>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가 하나 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그렇다. 안타깝게도 그리고 당연하게도 사랑은 변한다.
인간끼리의 감정은 그것이 사랑이든 미움이든 변하고 빛바래고 잊혀진다.
오늘 아침 시편 117편을 읽었다.
2천여 년 전 고대 근동의 히브리사람들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처럼
인간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허무하고
손으로 잡히지 않는 모래 같은 것인지를 일찌감치 경험한 것 같다.
그래서 고대인들이 희구한 것은 변하지 않는 존재, 영원한 존재, 초월적 존재였고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야훼 하느님만이 그들이 의지할 수 있는
의지할만한 존재였을 것이다.
최근 들어 애정과 애덕의 차이를 생각하게 된다. 에로스와 아가페와 같은 맥락.
내가 준 것만큼 받으려고 할 때 비극이 발생한다. 기대한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실망은 클 수 밖에 없다.
인간관계에서 나이가 들수록 명심해야할 점은 상대방에게 되돌려받을 것을 바라지 않고 보상받을 생각을 하지 않고 무조건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이 행위는 결코 보답을 기대하지 않기에 사랑이나 친절을 베푸는 사람에게 커다란 자유로움이 있다. 인간관계가 갑작스런 위기에 처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 예레미아서와 시편을 종종 읽는데 읽고 묵상하고 나면 내 현재 인간관계의 문제점이 보일 때가 있다. 나처럼 상대방도 나약한 존재이며 감정은 늘 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분노나 원망, 미움 같은 감정들이 가라앉고 상대방의 마음도 조금은 이해하게 될 때가 있다. 평온한 일요일 밤이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