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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ctuary Sep 29. 2024

#008(8일차) D-93

"사람에게 의지하는 자, 저주받을 것이다"

예레미야서 17:5 RNKSV


“나 주가 말한다. 나 주에게서 마음을 멀리하고, 오히려 사람을 의지하며, 사람이 힘이 되어 주려니 하고 믿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다.


2년 전 5월, 가까운 이와의 문제로 명동에 P 신부님을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내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그 신부님이 이 성경구절을 알려주셨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그리고 태생적으로 약한 존재이다. 그래서 누군가, 어떤 존재를 의지해야만 한다. 

누군가는 그것이 물질적 재산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명예 또 어떤 이에게는 초월적 존재 또 어떤 이에게는 어떤 사람일 수도 있다. 


대중영화인 허진호 감독의 2001년작 <봄날은 간다>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가 하나 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그렇다. 안타깝게도 그리고 당연하게도 사랑은 변한다.
인간끼리의 감정은 그것이 사랑이든 미움이든 변하고 빛바래고 잊혀진다.




오늘 아침 시편 117편을 읽었다. 


주 함께 계시거늘 무서울 것 있을소냐

인간이 나에게 무엇을 할까보냐

....

주님 안에 피신함이 훨씬 낫도다

사람을 믿기보다 훨씬 낫도다


주님 안에 피신함이 훨씬 낫도다

수령을 믿기보다 훨씬 낫도다

...

나는 죽지 않으리라 살아보리라

주님의 장하신 일을 이야기하고자


주는 나를 엄하게 다루셨어도 

죽음에 부치지는 않으셨도다



미국 서부 데저트힐 사막


2천여 년 전 고대 근동의 히브리사람들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처럼 
 인간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허무하고

손으로 잡히지 않는 모래 같은 것인지를 일찌감치 경험한 것 같다.

그래서 고대인들이 희구한 것은 변하지 않는 존재, 영원한 존재, 초월적 존재였고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야훼 하느님만이 그들이 의지할 수 있는

의지할만한 존재였을 것이다. 




최근 들어 애정과 애덕의 차이를 생각하게 된다. 에로스와 아가페와 같은 맥락.

내가 준 것만큼 받으려고 할 때 비극이 발생한다. 기대한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실망은 클 수 밖에 없다.

인간관계에서 나이가 들수록 명심해야할 점은 상대방에게 되돌려받을 것을 바라지 않고 보상받을 생각을 하지 않고 무조건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이 행위는 결코 보답을 기대하지 않기에 사랑이나 친절을 베푸는 사람에게 커다란 자유로움이 있다. 인간관계가 갑작스런 위기에 처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 예레미아서와 시편을 종종 읽는데 읽고 묵상하고 나면  내 현재 인간관계의 문제점이 보일 때가 있다. 나처럼 상대방도 나약한 존재이며 감정은 늘 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분노나 원망, 미움 같은 감정들이 가라앉고 상대방의 마음도 조금은 이해하게 될  때가 있다. 평온한 일요일 밤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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