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글자 차이, '불(不)합격과 합격
지난 주에 대부분의 예술중학교에서 입학시험 실기고사가 실시되었고 이번 주초에 합격자가 모두 발표되었다. 올해 11월 14일 수능일 언니오빠들보다 앞서서 중학교가 제일 먼저, 그리고 다음 주에는 예술고등학교(전기고등학교)의 입시가 진행되고 있다. 내 아이는 3년 전 이즈음에 짧은 기간 준비끝에 운좋게 예술중학교에 합격했고 이제 고등학교 입시를 코앞에 두고 있다. 주변에서 많은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의 예술중학교 입시 합격과 불합격 소식이 들린다. 합격한 아이들과 부모의 환호성과 안도, 불합격한 아이들과 부모들의 낙담과 슬픔을 동시에 접하며 드는 생각. 사실 합과 불합은 종이 한장 차이일텐데, 어린 나이에 입시를 준비하느라 고생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안쓰럽고 또 당사자들이 모두 최선을 다했는데도 합격하지 못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힘들어하는 모습 역시 안타깝기 그지없다.
3년 전에 내 아이는 운좋게 합격을 했지만 만일 떨어졌다면 어떠했을까 잠시 생각해본다. 다행히 짧게 준비한 편이라 억울함이 덜했을 것 같고, 그때만해도 아이의 적성이나 기질을 잘 몰라서 그저 미술이 좋다고 하니 한번 도전해보자는 막연한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안되면 할 수 없고..이런 마음도 지금보다는 컸던 것 같다. 다만 적어도 재수를 하지는 않았을 거라 확신한다. 놀랍게도 꽤 많은 초6 불합격생들이 목표로 한 예중에서 떨어진 후 자동으로 일반중학교에 배정받아 지내면서 동시에 1년을 반수(?)하면서 예중준비를 하며 재도전한다. 재도전에 성공한 아이들은 '언니'라 불리며 한살 어린 동급생들과 중학교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3년 후엔 예술계고등학교 입시가 시작되고, 그 과정 이후엔 또 미대 입시가 시작될 것이다.
내 아이는 중학교 들어가서 놀라운 변신을 보여주었다. 아이는 유치원에서 눈도 안맞추고 말을 잘 안해서 원장님 권유로 어린이 심리치료를 1년 받으면서 '선택적 함묵증'이라는 진단을 받았었다. 초등학교 2학년까지도 발표는커녕 말도 제대로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다가 3학년때부터 갑자기 아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이들 앞에서 노래도 부르고 목소리도 커지고 활발하게 자기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 변화가 중학교 1학년때만큼 크지는 않았던 것 같다. 자신과 비슷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성격이 완전히 외향적으로 바뀌었다. 엄마인 내가 적응하기 힘들만큼.
이제 드디어 다음 주에 이틀에 걸쳐 고등학교 입학을 위한 실기시험을 치르게 된다. 지난달 말부터 다행히 아이는 덜 불안해하며 비교적 차분하게 준비에 임하고 있다. 물론 속으로는 겁나고 많이 걱정될 것이다. 만일 원하는 결과가 안나온다면? 특별히 플랜B를 구체적으로 알아보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물론 힘들겠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원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잘 받아들이고 싶다. 나도 아이도. 이 길만이 정답은 아닐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