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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랬더라면 지금 달라졌을까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2015)


우리는 종종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모든 사랑이 쉽게 이뤄지는 건 아니다. 중간에 힘 없이 맥이 풀리는 사랑도 있지만, 어느 사랑은 불가능해 보였지만 결국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런 경험을 하다 보면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그때 그렇게 말했다면, 그때 그렇게 행동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이별이 괜히 자신의 책임인 것처럼 느껴지는 시간이 있었다.


홍상수 감독의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영화는 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영화는 같은 상황을 1부와 2부로 나눠 반복한다. 바나나 우유를 마시는 모습을 보고 커피를 마시고, 횟집에서 술을 마시고 아는 언니가 있는 술자리로 향한다. 1부와 2부에서 큰 틀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1부에서는 솔직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2부에서는 술에 취해 나체로 자신을 보이는 것처럼 추하지만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한다. 자신을 꾸며야 한다는 통념을 넘어 자신의 상황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 오히려 그녀의 마음에 진실로 다가왔다.


이번 작품은 개인적으로 내가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탑 이후 보는 2번째 작품이다. 어릴 적부터 영상을 공부했고 영화를 조금 즐겨보는 편이라 많은 작품을 봤지만 어릴 적에는 왠지 홍상수 감독의 작품은 보고 싶지 않았다. 그 이유를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홍상수 감독의 작품은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롱테이크 영상에 배우들이 놓이고 대화를 하는 모습을 관객은 묵묵히 지켜본다. 이 긴 호흡에 어느샌가 영화를 보는 게 아닌 주위 인물을 쳐다보는 일종의 관음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화려하고 꾸며져야 한다는 나의 예전 고정관념에는 이런 괴리가 어렵게 다가왔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영화는 화려해야 한다는 생각도 상투적인 표현도 싫어졌다. 언제부턴가 영화도 음악도 어느 일련의 공식에 따라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제작되기 시작했다. 흥행공식, 머니코드 이런 틀에 찍혀 나오는 작품들은 상업성은 좋았겠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을 계속 주었다. 그리고 그때 나는 홍상수 감독의 작품을 다시 떠올렸다.


솔직함이라는 건 무섭다. 나의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고 또, 내가 다칠 수도 있다. 사랑을 고백할 때 자신은 결혼했지만, 당신을 사랑하는 감정은 사실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분명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단 한 가지 확실한 건 나중에 그 이야기를 남에게서 듣는 것만큼 기분 나쁜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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