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만나고, 건네게 될 순간.
언제든 떠올려도 힘이 되는 기억이 있다.
그것은 내가 가장 작고 희미했던 시절의 기억으로 연세가 많으신 교회 권사님께서 꼬깃 꼬깃한 만 원짜리 두어 장을 주머니에서 꺼내 쥐어주신 일이다.
"적어서 미안하지만 먹고 싶은게 생각나거든 이걸로 사 먹어."
당시에 나는 투병 중이었고, 항암 부작용으로 음식마저 잘 삼키지 못할 때였다.
20대 중반의 내가 학업과 일을 중단한 채 투병에 매여 있을 때 혹여나 필요한 것을 사지 못할까 봐 마음 다해 전하신 사랑이었으리라. 입원 중에도 내 나이의 곱절을 더한 세월의 무게를 짊어지시고도 찾아 오셔서 기도해주시던 권사님들을 기억한다.
투병 생활을 마치고 찾은 교회에서 가장 연로하신 어르신께서는 내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셨다.
세상에는 분명 누군가로부터 힘을 얻게되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은 서로를 얼마나 알고 있느냐는 이해관계를 넘어서서 이뤄지는가 하면, 받은 도움의 크기가 크던 작던 감동으로 마주하게 되기도 한다.
그토록 감동을 얻은 순간이 까마득히 잊혀질 만큼 각박한 것이 삶이라지만,
그때 얻은 힘으로 짐작하게 된 것은 살아가면서 분명히 마주할 순간을 예상하게 된 것이다.
그 순간은 누군가에게 많든 적든 내 주머니 속 꼬깃한 돈을 조건 없이 건네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와
살아있어 그 자리를 지켜줘서 고맙다는 마음을 놓치지 않고 전할 순간이다.
훗날 맞이할 순간을 위해서라도 오늘 마주한 두려움이 삶의 전부는 아닐 것이라 여겨본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용기가 필요함을 새겨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