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의 깊은 계곡에 위치한 카르투지오 수도원의 삶을 담아 화제가 됐던 영화 <위대한 침묵> 이후, 15년 만에 대한민국 경북 상주에 위치한 아시아 유일의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의 이야기로 찾아온다.
아시아 유일의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에서 한 평생 봉쇄구역을 떠나지 않고 고독과 침묵, 스스로 선택한 가난을 살아가는 11명 수도자들의 소박하고도 위대한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는 코로나 시대 불안에 지친 관객들에게 아주 특별한 위로를 전해줄 예정으로 11월 19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자들의 침묵과 고독의 영성 담은 두 영화 <위대한 침묵> 그리고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가 가진 닮은 점과 다른 점을 비교해 더 깊이 알아보자.
닮은점 : 세계 최초 공개, 촬영 방식, 동고동락
세계 최초 공개된 카르투시오 수도원
1084년 성 브루노(St. Bruno)가 창설한 ‘카르투시오 수도회’는 수도원이 최초로 세워진 프랑스의 지명 샤르트뤄즈의 라틴어인 ‘카르투지아’에서 그 이름이 유래됐다. 일반인의 출입을 철저하게 제한한 봉쇄수도원으로서 로만 가톨릭 중에서 규율이 가장 엄격하기로 유명하며, 2005년 영화 <위대한 침묵>(필립 그로닝 감독)이 알프스 산맥 기슭에 있는 본원 ‘그랑 샤르트뤄즈’를 공개하면서 천년 여 만에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이번에 개봉하는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는 <위대한 침묵>이 개봉하던 해 요한 바오로 2세의 요청으로 한국에 경북 상주시에 설립된 아시아 유일의 카르투시오 분원 수도자들의 일상을, 15년 만에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닮은 영화 스토리와 촬영 방식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와 <위대한 침묵>은 내용 및 스타일, 촬영 방식에서 많이 닮아 있다. 두 영화 모두, 일평생을 한 평의 독방에서 오로지 하느님을 향한 기도로 침묵과 고독의 삶을 살아가는 카르투시오 수도자들의 모습을 한 편의 영상으로 그리고 있다. 침묵을 통해 세상을 경험하며 자발적 가난과 위대한 포기의 삶을 사는 수도자들의 깊은 영성은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감동을 자아내며 치유와 회복의 시간으로 이끈다. 내레이션이나 배경 음악 등의 인공적인 소리없이 자연 그대로의 소리를 담아낸 두 작품은 소음에 찌든 현대인에게 침묵과 고독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며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이 점이 <위대한 침묵>이 개봉 당시 호평을 받았고, 곧 개봉될 영화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유다.
수개월 함께 합숙하며 만들어낸 정교한 작품
단 한번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던 수도원이나 수도사들의 생활을 영화를 통해 처음 들여다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감독들은 직접 수도원에 들어가 오랜 기간 수도자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의 일상을 담았다. <위대한 침묵>의 필립 그로닝 감독은 6개월 동안 프랑스 샤르트뤄즈 본원에서 생활하면서 촬영했고, 김동일 감독 역시 경북 상주시 수도원에서 수도사들과 같은 구조의 방에서 8개월 간 머물면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겠다’는 수도원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조명이나 동시녹음 장비를 일체 사용하지 않았다. 촬영 때문에 수도사들의 고독과 침묵이 훼손되지 않도록 수도원의 규칙을 지키는 것은 물론, 매일 진행되는 아침 미사와 밤 12시30분부터 두시간 이상 걸리는 밤 기도에도 꼬박꼬박 참석해 수도자들과 함께 기도하며 그들의 숨소리까지 담아냈다. 두 감독의 집요함과 섬세함이, 수도원의 신비로운 일상과 풍경이 가감없이 세상에 공개되는 걸 가능케 한 셈이다.
다른점 : 한국 수도자들의 일상을 담아 더 친근하고 특별하다
한국에 위치한 아시아 유일의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의 일상
영화 <위대한 침묵>은 해발 1,300m 알프스의 깊은 계곡에 위치한 카르투지오 수도원의 일상을 담았다면, 영화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는 한국인 수사 5명, 외국 국적 수사 6명 등 11명의 수도자들이 자신의 본향을 떠나 경상북도 상주시 깊은 산골에서 침묵과 고독, 그리고 노동을 통한 겸손을 배우는 일상이 신비로우면서도 아름답게 그려졌다.
짧아진 러닝타임
영화 <위대한 침묵>이 3시간 가까운 상영시간(168분) 내내 대사없이 침묵으로만 일관했다면 영화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은 96분의 침묵이 거룩하면서도 친근하게 다가온다.
더 친근해져 특별하다
영화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에서는 성주간을 제외하고 일주일에 한번씩 마을을 지나 개울 건너 숲으로 산책을 나가며 웃고 떠들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 외국인 수도자들이 어설픈 발음으로 한국어로 대화하며 공부하는 장면, 수도원을 방문하는 가족들과 일년에 한번씩 재회하기 위해 화단의 꽃으로 꽃꽂이를 하며 게스트 룸을 정리하는 장면을 볼 수 있어 영화 <위대한 침묵>에서 볼 수 없던 소박한 감성들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영화<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가 특별한 것은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국인
수도자가 눈시울을 붉히며 “사람들을 돕는 것”이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세상과 단절 되어 침묵과 고독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지금 이 세상에서 왜 필요한지, 그들의 소명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발견할 수 있으며,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힘들어 하는 지금, 그들의 기도와 사랑이 진정 인간과 세상을 구원하는 길인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을 함께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