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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외자 Mar 27. 2019

그들의 영화관 6회_<콜 미 바이 유어네임>

강서FM 팟캐스트

루카 구아다니오 감독/티모시 샬라메, 아미 해머/132분/청소년 관람불가/2018년



<중략>


톰: 이 영화는 소위 말하는 퀴어 영화예요. 보통 퀴어 영화는 요즘 말로 극혐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고,

불편하지만 난 좋은 사람이니깐…하면서 티 내지 않는 사람으로 극명하게 나눠지는 장르예요. 하지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같은 경우에는 냉소적으로 바라보거나 혹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기존의 퀴어영화보다 적은 것 같아요.


제리: 아마도 그건 영화가 엘리오와 올리버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 이지만, 그들에게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 않고, 그들의 사랑만이 옳다고 우기지 않으며 주위의 모든 것들과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거기에 더해 관객들도 엘리오, 올리버 그 둘의 사랑이 그들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난 순수한 사랑임을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사실   이 말이 굉장히 낯 간지럽지 않아요? 날 너의 이름으로 불러줘…제가 제리님을 부를 때 ‘톰~’ 이러면서 부르는 거잖아요…아우~살면서 이런 말을 하게 되는 날이 있을까요?


제리: 사랑을 하면 둘 만의 관계에서 둘 만의 언어가 생겨나죠. 다들 한번쯤은 경험을 해본 일이지만 내가 하면 사랑이고 남이 하면 꼴값인거죠~


톰: 자 그럼 나 빼고 남들은 다 하는 사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줄거리 이야기 해볼까요?


제리: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뜨거운 여름, 17살의 엘리오의 삶을 파고 들어온 아버지의 보조 연구원 24살 올리버의 만남을 통해, 한 개인의 마음에 꼭 맞는 사람,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 6주 동안의 벅찬 사랑과 삶의 성장이야기 입니다.


톰: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색상을 비롯해 전세계 영화제에서 70관왕을 달성했고,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과 감각적인 연출, 배우들의 환상적인 케미로 관객들을 완벽히 매료시키고 있죠?


제리: 네 이 영화는 게이 문학을 대상으로 하는 상을 수상한 안드레 애치먼의 ‘그 해, 여름 손님’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전망 좋은 방>, <모리스> 등의 감독인 제임스 아이보리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차지했습니다.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는 명품 페라가모, 아르마니 캠페인 광고를 만들 정도로 감각적 영상 연출자로 인정 받고 있는 사람입니다.


톰: 이 작품이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의 사랑 혹은 욕망이라 불리는 것에 대한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라고 하던데 맞나요?


제리: 네, 루카 구아다니노는   <아이 엠 러브>, <비거 스플래시> 그리고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욕망 3부작을 완성했습니다. 이 세 작품을 엮을 수 있는 주제는 ‘깨어난 욕망’ 입니다.


톰: 욕망 3부작으로 묶이긴 했지만 세 작품에서 말하고 있는 욕망은 각기 다른 형태를 띠고 있죠?


제리: 감독은 “<아이   엠 러브>, <비거 스플래시>에서 다루고 있는 욕망은 다분히 소유욕, 후회, 결핍 그리고 자유에   대한 갈망이었다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는 청춘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이번 작품이 욕망에 대한 여정의 마지막 작품이 되리라 생각한다” 라고 말했습니다.




<중략>


톰: 올리버와 엘리오 이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 전, 해변가에서 비치 볼을 할 때 엘리오가 어깨가 아프다고 하자 올리버가 엘리오의 어깨를 주물러요. 그러자 엘리오는 완전 긴장하고, 엘리오의 불편한 기색을 느낀 올리버는 옆에 있던 여자 사람친구 마르치아를 엘리오 옆에 끌어다 놓고 가버려요. 그 장면에서 올리버가 엘리오에게 신호를 준거라고 하던데 제리님이 보시기에도 그렇게 느끼셨나요?


제리: 약혼자도 있고, 엘리오보다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올리버가 섣불리 용기내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사춘기 때 잠깐 흔들리는 정체성도 있기 때문에 엘리오의 마음에 확신이 생기기 전에 다가서기 어려웠겠지요.


톰: 저는 그 장면에서 반대로 생각했었어요. 엘리오가 올리버에게 확실한 신호를 줬는데, 올리버는 알고 있으면서도  그냥 ‘요놈 귀엽네’ 이런 장난식으로 넘긴다고 느꼈는데  나중에 올리버도 그게 신호였다고 이야기하는 거 보고 내 사랑의 주파수는 남들과 다른가 라는 생각을 잠깐 했었어요.


제리: 영화의 주인공, 엘리오와 올리버는 각기 다른 여인들과 사랑을 나누기도 하고 결혼을 약속하기도 합니다. 사랑을 위해 삶을 포기하지 않고 평범한 하루하루를 살아내면서 이 두 명의 남자들은 서로를 자신보다 더 존중하고 서로의 이름으로 상대를 부르면서 사랑에 몸과 마음을 맡깁니다. 해변가 장면은 커다란 존중 속에서 잠깐 어긋난 타이밍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톰: 영화의 러닝 타임 2시간이 지겨운지 모를 정도로 인상적인 대사와 인상적인 장면들이 곳곳에 숨어 있는데, 우선 젤 먼저 짚어 보고 싶은 것은, 올리버가 별장으로 처음 온 날부터 엘리오는 올리버의 눈치를 몰래 살피면서 그의 주위를 맴돌잖아요. 그런 시간들이 지나다가 올리버와 엘리오가 하룻밤을 지내고 난 아침 그들의 주도권은 바뀌어 있어요. 전 그 장면에서 괜스레 웃음이 나더라구요. 살짝 올리버가 고소하기도 하고…


제리: 영화 초반에 올리버가 엘리오의 가족들과의 식사자리에서 달걀을 하나 더 권하는 엘리오의 엄마 아넬라의  제안을 거절하면서 이런 말을 합니다.


“저는 저를 알아요.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는 걸…”


그랬기 때문에 아마 처음은 조심스러웠을 것이고 그 사랑을 쟁취했을때는 더 조심스럽지 않았을까요?


톰: 두 번째로 인상적인 것은 엘리오의 주변 인물들…

엘리오 혼자 애타하는 것이 안쓰러운 듯 엄마 아넬라는 “올리버는 니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너를 좋아하고 있단다” 라고   말을 하고, 올리버가 별장을 떠나 집으로 돌아가기 전 남편 펄먼에게 “엘리오와 올리버 둘 만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며 둘의 여행을 제안해요.


제리: 아마 이 영화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합니다.

‘자연이 존재하듯 사랑이 존재하며 동성애일지라도 문제가 아니고 사랑이다. 그리고 고통이나 슬픔, 기쁨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내색하지 말아라가 아니라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도 괜찮다는 메시지’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사랑과 슬픔을 찬양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톰: 여행에서 올리버를 떠나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엘리오를 아버지 펄먼은 따뜻하게 안아주면서 이런 말을 해요. 헤어짐에 따른 슬픔과 고통 뿐 아니라 그와 함께 느꼈던 기쁨도 꼭 간직하라고… 그리고 남들의 다른 시선으로 네가 힘들땐 네 곁에는 아버지가 있다는 걸 생각하라고…

정말 세상 어디에도 없을 착한 아버지 아닌가요?


제리: 겨울이 왔을 때, 다시 별장을 찾은 엘리오에게 올리버는 전화를 합니다.

그때 올리버도 이야기를 하죠. “만약 우리 아버지 였으면 나를 교정시설 따위에 처박아 뒀을꺼야” 라고…

감독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헌사’ 라고 표현했는데, 동성애자인 본인의 아버지가 엘리오의 아버지와 달라서 인지 같아서 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본인의 아버지로부터의 영향은 있는 듯 합니다.


톰: 그리고 한가지 더, 영화의 배경이 1983년도예요. 굳이 1983년도 였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제리: 사실, 감독의 욕망 3부작의 공통점이 깨어난 욕망 말고도 하나 더 있는데, 그건 바로 영화 속 배경이 제작연도보다 앞선 과거라는 점입니다. 감독은 이러한 질문에 답하길 “그저 상황을 좀 더 정확하게 보기 위해서

약간의 거리를 두는 걸 좋아한다”고 시대배경에 대한 개인적인 취향을 밝힌 적이 있습니다.


톰: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면서 관객을 햇살에 취하게 만들자는게 목표였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영화가 지적   향연으로 비춰지지 않고 초콜릿 박스 같은 감미로운 사랑이야기로 봐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어요. 제리님은 이 영화를 보면서 초콜릿 박스를 선물 받는 느낌이였나요?


제리: 네…저는 관객이 인물들에게   동화 될 수 있는 카메라 시점들의 롱 테이크, 햇살, 물, 자전거 그리고 뜨거운 여름까지 한 장면 한 장면 좋았습니다. 사랑을 느낀 사람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를 알게 하는 선물같은 영화였습니다.



<중략>



제리: 올리버의 약혼 소식을 들은 엘리오가 모닥불 앞에서 혼자 속으로 삭히면서 울고 있고, 그 뒤로는 식당을 오가면서 저녁을 준비하는 가족들이 보여요. 엘리오의 감정을 존중하며 섣불리 괜찮냐고 물어보지 않는 엘리오의 엄마도, 섣불리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는 엘리오도 참 인상적인 장면이였습니다. 이 장면에서 감독은 엘리오 역의 티모시 살로메에게 3가지 설정을 주문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절제 두 번째, 덜 절제 그리고 마지막으로 쏟아 붇듯한 감정 폭발. 결국 2번째 덜 절제 하는 장면으로 관객들에게 선보였고 이 장면으로  티모시 살로메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최연소로 노미네이트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톰: 저도…그 장면에서 영화   크레딧이 같이 나오는데도 감정의 흔들림이 없이 집중하고 보게 되더라구요.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꽤 오랜 시간 여운이 가시지 않았어요. 제가 오늘 공유가 답에서 말하고 싶은 장면은 이별을 앞둔 엘리오와 올리버가 여행을 가기 위해 함께 버스를 타요. 그 버스가 산 중턱의 꼬불꼬불한 길을 지날 때 흔들리는 풍경이 버스마저 신나서 춤추며 가는 듯 보여서 그 둘의 들뜬 마음이 잘 드러난 것   같아요. 저희 집 강아지도 신이 나면 꼬리가 떨어질 듯 흔드는데, 그 버스 안에서 보이는 꼬불길의 꼬불거림은 굉장히 신나 보였어요.


제리: 이번주 한 줄 평은 김춘수의 시 중 ‘꽃’의 한 구절로 대신하겠습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사랑받고, 사랑하는 것에 대한 교과서 같은 영화

사족, 속편을 지금 당장 보고 싶은 영화



http://www.podbbang.com/ch/10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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