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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네리와인드 Jul 04. 2019

죽은 아내가 계속 잔소리해서 죽을 맛인데 어쩌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운전강사의 특이한 비밀' 

온라인 영화 매거진 '씨네리와인드'

(www.cine-rewind.com)


* 주의! 본 기사는 영화의 특성상 성적인 표현을 포함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의 결혼식을 떠올려 봐요. 남편에게 뭐라고 말했죠?"

 "나는 (성관계를) 뒤로는 안 한다고 했지."

 "그게 아니라!!! 죽음이 둘을 갈라놓을 때까지 사랑한다고 했잖아요!! 당신은 이제 죽어서 귀신이 되었으니까 제발 남편을 놓아 줘요!"


 영매사인 주인공과 귀신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 이 영화의 유머 코드를 먼저 맛보시길 바란다. 만약에 영화의 유머 코드가 본인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된다면, 다른 영화를 찾아보길 권해 드린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B급 감성 유머가 러닝타임 내내 한시도 쉬지 않고 나오니까! (관용적인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한시도 쉬지 않고' 개그가 연달아서 나온다.) 


죽은 아내가 계속 잔소리를 해서 죽을 맛입니다.


이승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면서 사람을 위협하는 귀신. 영매사는 귀신의 사연을 안타깝게 여기고 그의 한을 풀어줌으로써 성불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많은 오컬트 영화가 그러하듯, 영화 '운전 강사의 특이한 비밀' 역시 이러한 플롯을 따르고 있다. 다만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이 있다면, 이 작품에 나오는 귀신들은 '사람에게 복수하기 위함'이 아닌 '가족에게 잔소리하기 위해' 이승을 떠돌고 있다는 것이다.


 '마틴'의 아내 역시 그러하다. 그녀는 이미 오래전에 죽었지만 영혼의 형태로 아침부터 밤까지 집안을 떠돌아다니며 남편에게 잔소리한다. 화장실 거울에 '자동차세 납부를 잊지 마!'라고 적기도 하며, 남편이 건강에 해로운 음식인 도넛을 먹으려고 하면 도넛을 쓰레기통에 던져 버린다. (귀신이 나오기 시작했을 때는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되어서 관객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는데, 그다음에 곧바로 귀신이 폭풍 잔소리를 늘어놓으니 어찌나 황당해서 웃긴지!) 

 언뜻 보기에는 황당무계하지만 사실 이러한 유머에는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영화에서 귀신들이 하는 잔소리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똑바로 해야지'라든가 '접시는 여기에 놓아야지'와 같이 일상에 관련된 것이다. 즉,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 사람만이 이러한 잔소리를 할 수 있다. 귀신들이 하는 잔소리에는 가족과의 일상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다.

 영화는 이런 식으로 소중한 사람과의 일상을 잃어버렸을 때 느끼는 상실감을 유머로 승화함으로써 가족의 소중함을 설파하고 있다. 

 

'Extra ordinary(매우 평범한)'가 아닌 'Extraordinary(특별한)'한 영화



 "아빠, 죽여서 미안해요!"

 주인공이 존속살인을 참회하면서 코미디 영화가 시작하다니. 참으로 영화의 원제 'Extraordinary(특별한, 비범한)'에 걸맞은 도입부였다.

 주인공 로즈는 귀신의 혼을 불러내는 과정에서 실수를 하여, 그 때문에 옆에 있던 아빠를 죽여 버렸다는 아픈 과거가 있다. 그 이후로 로즈는 자신의 능력을 축복이 아닌 저주로 여기 며 영매사의 길을 포기하고 운전 강사로 일하면서 평범하게 살아간다. 그렇기에 그녀는 아내 귀신의 잔소리로 고통받는 마틴이 찾아와도 그의 의뢰를 거절한다.  


 한편, 한물간 록스타인 크리스찬은 사탄에게 음악적 재능을 받는 대가로 처녀 제물을 바치기로 한다. 그는 남근의 봉(남근 모형이 달린 요술 지팡이)을 사용해서 처녀를 찾아내는데, 남근의 봉이 가리킨 건 다름 아닌 마틴의 딸이었다.

 딸이 제물로 바쳐질 위기에 처하자, 마틴은 다시 한번 로즈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결국 로즈는 그의 진심 어린 호소에 그의 딸을 구하기 위해 한다. 그리고 둘은 가족과 사별한 아픔을 서로 공유하면서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둘의 사랑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마틴의 아내다. 그녀는 남편이 새로운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심술을 부리지만, 로즈가 자신의 딸을 구하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고 조금씩 마음을 연다.


 이들은 협력해서 크리스찬의 계획을 제지하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마틴의 딸은 사탄에게 제물로 바쳐지고 만다. 그때 갑자기 사탄은 불같이 화를 내면서 제물을 거절한다.

 "이 아이는 처녀가 아니잖아!!!" 

 알고 보니 마틴의 딸은 여성과 성관계를 맺은 적이 있는 동성애자였다. (남근의 봉이 딸을 가리켰던 건 그녀의 몸 안에 남근이 들어간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 역시 황당한 설정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는 여성의 처녀성을 숭고한 가치로 여기며 처녀를 제물로 바친다는, 남성 중심적 시각에서 만들어진 오컬트 장르의 클리셰를 비꼬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응? 저기에 처녀가 있네!"

 사탄이 가리킨 끝에는 로즈가 있었다. 그렇다, 사실 로즈는 처녀였던 것이다. 이번에는 로즈가 제물에 바쳐질 위기에 처해자, 마틴과 로즈는 당장 성관계를 맺어서 사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 앞에서 성관계를 맺으려고 하니 마틴은 부담을 느껴 자신의 성기를 발기시키지 못한다.

 그때 마틴의 아내 귀신은 마틴의 몸에 빙의해서, 로즈에게 남편의 성감대를 알려주며 둘이 원활하게 성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로즈가 자신을 딸을 구하려고 애써 준 것에 대한 보답인 것이다. 

 "나의 첫경험은 쓰리섬이야!!!"

 그렇게 셋은 서로를 향한 사랑을 확인하고 새로운 하나의 가족으로 거듭난다. 



▲ 운전 강습을 하는 로즈     © DAUM 영화


본래 로즈의 운전 강습 차량에는 'Extra ordinary(매우 평범한)'라고 적혀 있었다. 영매사 시절에 겪었던 트라우마를 잊고 새롭게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는 로즈의 의지가 담긴 것이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 마틴은 로즈에게 이를 'Extraordinary(특별한, 비범한)'라고 고쳐 쓰라고 말한다. 로즈 자신이 저주라고 생각했던 능력 때문에 타인을 구하고 새로운 사랑도 찾을 수 있었으니,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더 이상 자기 자신을 부정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


 수많은 미디어에서 이를 강요하다 보니 현대인들에게는 'Extra ordinary(매우 평범한)'한 메시지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Extraordinary(특별한, 비범한)'한 방식으로 메시지를 표현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웃음을 준다. 'Extraordinary(특별한, 비범한)'가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이유를 몸소 보여주는 것이다.   

 이 영화는 마지막 장면이 영화사에 길이 남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관객의 뒤통수를 치는 충격적인(?) 결말을 그려내고 있는데, 이는 영화관에서 직접 확인해보길 바란다. 



글 / 씨네리와인드 김재령

보도자료 및 제보 / cinerewind@cinerewind.com



http://www.cine-rewind.com/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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