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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주영 Feb 27. 2019

책과 영화 / 체실 비치에서

간단명료하고 일상적인 비극



영화 <체실 비치에서>를 보았다.


소설로 읽은 지 10년이 되었다.
그때 산 책의 띠지에는 '<어톤먼트>의 원작자의 최신작 베스트셀러, <타임스> 선정 2007년 올해의 책!'이라고 쓰여있다. 이언 매큐언은 영화 <어톤먼트>가 개봉하기 전에도 이미 유명한 작가였다.

영화 <체실 비치에서>는 원작자인 소설가 이언 매큐언이 시나리오를 썼다.
영화를 보고 있으니 글로는 할 수 없는 것을 한 느낌과 더불어 글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제대로 느껴졌다.
배우들의 미묘한 표정과 섬세한 연기는 소설의 온갖 생각들을 대신하고 소설 속의 보다 복잡한 상황은 영화에서는 조금은 단순하고 명료해진다.

소설과는 조금 달라진 결말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다.
그 결말 자체가 어쩌면 소설과 영화의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2008년에 아주 긴 밑줄을 그었는데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이 문장들만 남았다


2008년에 썼던 장편소설 <체실 비치에서> 리뷰



<체실 비치에서>는 역사학을 전공한 에드워드와 바이올리니스트 플로렌스의 첫날밤 이야기이다. 에드워드는 사랑하는 여자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로 전전긍긍하고 플로렌스는 혐오스럽게 느껴지는 섹스를 피하고 싶어 불안하기만 하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대를 배려한 행동은 어이없는 결과를 가져오고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과 자기혐오는 상대에 대한 분노로 치닫고 둘은 끝내 화해하지 못한 채 첫날밤이 마지막 밤이 되고 만다.
 
<속죄>나 <토요일>에 비하면 <체실 비치에서>는 소품처럼 느껴진다. <체실 비치에서>는 나머지 인생을 바꿀 단 하루에 관한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토요일>과 유사하며 치명적인 오해에 관한 부분에서는 <속죄>와 일맥상통한다. 이 연인들, 아니, 신혼부부의 이야기는 과연 1960년대 그들의 시대에만 유효한 것이었을까. 이언 매큐언은 이 간단명료하고 일상적인 비극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오랜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든 에드워드는 이렇게 말한다.


그녀에게 필요했던 건 그의 확실한 사랑과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으니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는 그의 다독거림뿐이었다.(p.197)


그들은 어렸고 상대방도 몰랐고 자기 자신도 몰랐으며 그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언 매큐언은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인생이 바뀔 수도 있음을 말한다. 그날 체실 비치에서 일어난 일들, 아니, 하지 않은 일들이 에드워드와 플로렌스를 비극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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