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점, 드러낼 수 있나요?>

by 이지은


생명체라면 굳이 인지하지 않아도 생존 본능이 DNA에 각인되어 있기 마련이다. 수많은 천적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만 살 수 있는 야생을 거쳐 진화해 왔으니 당연한 일이겠지. 야만의 시대를 지나왔다고는 하지만 알다시피 현재도 그리 만만치는 않다. 대학 안 나오면 어떠냐 말은 해도 은근히 차별하고, 잘리지 않기 위해 회사 눈치를 봐야 하고, 돈 없는 설움 겪지 않으려면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 무서운 맹수가 없다 뿐이지, 어쩌면 치열한 정글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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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세상에 좋은 사람들도 많고 마더 테레사급의 온정에 가끔 감동을 받을 때도 있으니 아직 세상이 살만하다는 의견에는 동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 약점을 드러내는 일은 꺼려진다. 자신의 약점에 둔감한 사람은 자존감이 높거나, 순수하거나 둘 중 하나라 생각하는데 나는 둘 다 아니니까. 약점을 잘 숨기는 것도 재능인데 나는 그런 재능도 없다. 약점이 드러날 때면 늘 자괴감에 괴로웠다. 약점을 들킨 순간엔 악의 없는 농담인 줄 알면서도 상처를 받았던 것 같다. 나이가 들면 타격감이 줄어든다지만 포커페이스 연기력이 느는 거지,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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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다행인 건 이렇게 못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줄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고쳐보라고 강요하기보다 그럴 수도 있지, 그럼 뭐 어때라며 다독여주는 사람들. 약점을 보여도 괜찮은 이들이 있어 정말 다행이다. 내 반려 고양이, 몽이가 제일 사랑스러울 땐 나에게 가장 약한 부분인 자신의 배를 보여주며 뒹굴뒹굴할 때이다. 나를 믿어준다는 마음이 들어 기쁘다. 몽이처럼 사랑스럽거나 귀여울 리는 없지만, 내 약점을 얘기할 때 그들도 그런 마음이 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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