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by 이지은


대한민국에서 십 대를 거쳐 성인이 된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겪었을 가장 큰 시험은 아마도 입시일 것이다. 대학 그게 뭐라고 한창 꽃다운 나이에 야자를 밥 먹듯 하고, 쏟아지는 잠을 참고, 집-학교-학원 트라이앵글에 갇혀 살아가는 삶이라니. 한숨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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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같이 치열하진 않아도 나 역시 학력고사 세대로서 녹녹치 않은 고3 시절을 보냈다. 한 번에 턱 붙었으면 좋았겠지만 재수까지 하느라 더 부담스러웠고. 부담에 비례할 만큼 공부는 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였다. 다행히 그 해 시험이 운 좋게도 어렵지 않았던 편이라 예상보다 점수가 나쁘지 않았다. 전화를 걸어 합격 여부를 확인하기 전 두근두근 심장이 떨렸던 것 같다. 하지만 합격이란 말을 듣고 나서의 기분은 이상했다. 뛸 듯이 기뻐야 할 것 같은데 막상 든 느낌은 허무함에 가까웠다. 선물 상자를 열고나면 기대감이 사그라드는 것처럼 손에 쥐고 나니 시들해졌다고나 할까. 떨어진 사람이 들으면 비난을 퍼붓겠지만 하여튼 내 기분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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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시간을 살아보니 운명을 좌우할 것처럼 중요해 보였던 대학 입학시험도 그리 큰일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최고 명문 s대를 나온다고 다 잘 사는 것도 아니고. 생각지 못한 시험에 들게 하는 일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곤 하니까. 산전수전 다 겪은 인생은 아니지만, 하루하루 보통 날로 사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깨닫고 있다. 앞으로 어떤 시험을 또 치르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무사히 통과하길! 그리고 허무함보다 뿌듯함을 느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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