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사주는 선배, 요즘엔 없나요?

by 이지은


어쩌다 보니 나에게 늘 선배란 밥을 사주시는 분들이었던 것 같다. 대학교 1학년 때는 한 학기 내내 학번 높은 선배가 한 사람만 있어도 식사 자리에서 돈을 내본 적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고만고만한 나이인데, 받는 용돈 적은 건 다들 매한가지였을 텐데 어떻게 그렇게 밥을 샀을까, 얼마나 부담이었을까 싶다. 그렇다고 그런 전통이 계속 이어진 것도 아니고, 우리 학번부터는 개인적인 성향들이 강한 탓에 후배들과의 교류도 그리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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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선배들의 밥 사주는 내리사랑은 3개월가량 다니다 문을 닫은 영화잡지사에서도 있었다. 항상 점심을 선배들이 사주신 덕에 쥐꼬리만 한 월급에도 배는 주리지 않았던 것 같다. 이렇게 쓰고 보니 귀염둥이도 아니었는데 선배들의 등골만 빼먹은 배은망덕 후배 같다. 물론 대학교 때도 잡지사 때도 졸라서 얻어먹은 적은 없었지만 괜시리 조금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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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엄청 아끼는 후배도 아닌데 지갑을 열었던 건, 한국의 정서상 나이 많은 사람이 어린 사람에게 얻어먹는 건 뭔가 모양이 안 좋다는 인식 탓이 클 것이다. 더치페이가 너무나 당연한 MZ세대에겐 괜한 허세로 비치겠지. 이제는 어느 자리에서도 선배일 수밖에 없는 나이가 되다 보니, 선배라는 위치 자체가 부담이란 걸 알겠다. 선배라면 의당 좀 더 많이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주고, 본이 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 같은데 그게 쉽지 않으니 밥이라도 사야 하나 싶다. 되고 싶은 동경의 대상은 못되더라도 ‘저렇게 되진 말자’라는 얘기는 듣고 싶지 않으니까. 따뜻한 밥 한 끼 사는 건 마음을 베푸는 것이기도 하지만, 10프로 정도는 못난 선배가 후배 입 막는 뇌물성 회유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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