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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나몬 Dec 24. 2020

불완전한 나 - 내 몸이 사라졌다

나는 존재한다. 그렇기에 불완전해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파리





날아다니는 파리를 잡아보려고 한 적이 있는가? 어느새 주위를 맴돌며 날아다니다가 잡을 수 있을 것처럼 다리를 비비며 가만히 있는 파리 말이다. 주인공 나오펠은 파리를 잡고 싶었다. 그러나 좀처럼 잡히지 않는 파리는 나오펠을 약 올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빠! 파리는 어떻게 잡아요?”


“측면을 노려야지, 파리는 항상 너보다 한발 빠르니까 잡으려고 손을 뻗으면 이미 날아간 뒤야. 파리의 허를 찔러야지, 지금 있는 데가 아니라 날아갈 방향을 노려. 비법이라면 파리가 다리를 비빌 때를 노렸다가 측면에서 잡으면 돼”


"그래도 소용없어요. 왕방울만 한 눈으로 다 본다고요. 대단한 비법도 아니네요.”


쉽다고   없는데, 뭐든 대로 마음대로  되는  인생이다.”




나오펠의 어린 시절은 매우 행복했다. 다정한 아버지와 상냥한 어머니의 보살핌 아래 아버지처럼 우주 비행사가 되고 싶었고 어머니처럼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은 꿈 많은 아이였다. 그러나 나오펠의 인생은 파리의 움직임처럼 예상치 못하게 흘러갔다.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오른손을 다친 어린 나오펠은 한순간에 고아가 되었다. 돈 때문에 친척에게 입양된 나오펠은 어릴 적 꿈꿨던 모습과는 정반대인 'Fast Pizza'의 피자 배달원이 되어 살아가고 있었다. 삶에 아무런 의욕이 없던 그에게 가브리엘이 나타난다. 그녀는 도서관 사서다. 그녀 또한, 지루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세상의 지평선이 보이는 남극에 가고 싶다는 꿈을 가진 여성이다. 그런 그녀에게 사랑에 빠진 나오펠은 그녀에게 가까워지기 위해 그녀의 삼촌인 지지의 목공소에 일하고 싶다고 말한다.





나오펠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지지는 나오펠을 고용한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랐던 목공소 일이지만 점차 일을 배우면서 일에 흥미를 느끼게 되고 가브리엘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오펠의 행복해했다. 마치 파리를 잡은 듯한 기분처럼 말이다. 그렇게 나오펠은 완전한 행복을 얻기 위해 그녀에게 고백할 결심을 한다.





그렇게 고백의 날, 건물 옥상 자신이 만든 나무 이글루 안에서 그녀에게 고백한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과 만나기 위해 아픈 삼촌을 이용한 사실에 분노하며 고백을 거절한다. 그렇게 나오펠은 또다시 잡았다 생각했던 파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게 된다.





차인 뒤 술에 취한 나오펠은 목공소로 돌아간다. 그곳에서 지지가 남긴 숙취해소제와 메시지를 보며 슬핏 웃음을 짓는다. 그는 지지가 남긴 목공 재단을 하기 위해 날카로운 전기 날을 킨다. 그런데 나오펠의 주위에 파리가 날아다닌다. 자신을 약 올리듯 나무 위에 앉기도 하고 잡으려고 하면 다시 날아가고, 그렇게 나오펠과 파리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파리를 계속 놓치기만 했던 나오펠은 오기가 생긴다. 잡힐 것처럼 보이지만 잡히지 않는 파리는 나오펠에게 자신의 인생이었다. 예상치 못한 변주로 인해 자신의 인생이 한순간에 나락에 빠진 그 순간부터 고백을 거절당한 순간까지, 나오펠은 날아다니는 파리를 꼭 잡아야만 했다. 그 순간 드디어 파리를 오른손으로 잡은 순간, 잠시 파리를 움켜쥐고 있던 손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나오펠의 오른손은 잘리게 된다.




오른손




해부학실에 눈을 떠보니, 나오펠은 잘린 오른손이 되어있었다. 나오펠의 오른손은 자신의 몸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자신의 몸을 찾기 위한 여정은 쉽지 않았다. 어미 새에 떠밀려 건물에서 떨어지고, 거리를 청소하는 쓰레기차에 실리기도 한다. 자동차에 치이거나 개한테 물려 영문도 모르는 곳에 가게 되거나 시각장애인에게 쥐로 오해받아 도망치기도 한다.





자신의 몸을 찾으러 가는 오른손의 여정은 비합리적인 차가운 사회의 오른손의 불완전한 여정을 보여준다. 오른손의 강한 삶의 의지는 어떤 일이 있어도 완전함을 향해 가려는 우리의 인생과 닮아있다. 인간은 불완전함을 무의식적으로 기피 한다. 그렇기에 오른손은 눈을 뜨자마자 자신의 몸을 찾아 완전해지기 위해 달려간다. 그러나 이러한 여정 속 오른손의 치열한 움직임은 그가 혹독한 절망 속에 불완전한 존재일지라도 그 자체로 완전해 보이는 듯한 착각이 든다. 애니메이션 속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는 하나의 메시지를 극 안에 남긴다. “난 여기 있다."





나오펠의 오른손은 우여곡절 끝에 나오펠의 몸을 찾는다. 그리고 하나의 완전한 존재가 되기 위해 접촉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미 잘린 손과 몸은 완전해지지 못한다. 나오펠은 사고 이후 은둔 생활을 한다. 그 모습을 오른손은 지켜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오펠은 옥상으로 향한다. 그 뒤 나오펠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다.



나오펠은 어디로 갔을까?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자살 한 것일까? 아니면 그저 어디론가 떠난 것일까?






가브리엘은 나오펠을 찾기 위해 옥상으로 올라간다. 그가 남긴 녹음기에는 무언가가 녹음되어 있었다. 나오펠과 부모님의 행복했던 순간, 그리고 사고를 당했던 순간 그리고 나오펠의 마지막 음성이었다.






"운명을 믿어요? 진짜로요? 인생은 다 정해져 있고 우린 그냥 따라갈 뿐이라고요?


”그래요”


“아무것도 못바꾸고요?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착각이죠. 우리가 아예 엉뚱한 행동을 한다면 모를까. 확실히 마법을 걸 방법은 그것뿐이에요.


“그게 뭔데요?”


“걸을 때 여기로 오는 척하며 농구 할 때 속이는 동작처럼 딴 길로 새서 저 크레인으로 점프하는 거에요. 하면 안 되는, 뭔가 즉흥적인 일, 금지된 행동을 하는 거죠. 덕분에 다른 세상에 가서 잘됐다며 후회도 안해요.”




녹음기에는 옥상 건물에서 크레인으로 점프한 나우펠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운명을 움직이고 다른 세상으로 떠나기 위해 나우펠은 자살했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나우펠은 운명을 바꾸기 위해 크레인으로 점프한다. 오른손은 다른 세상으로 떠난 나우펠을 보며 눈 속으로 파묻힌다.




불완전한 나




눈을 뜨고 보니 자신의 몸이 사라지고 손이 되어버린 나우펠의 이야기는 불완전한 상태라도 완전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불완전한 모습은 불안하다. 그렇기에 치열하게 살아가며 자신의 운명을 손에 쥐고 인생을 좌지우지하려 한다. 그러나 파리의 움직임을 예측해서 잡으려고 한순간 또 다른 불완전함을 얻게 된 나우펠처럼 불완전함은 또 다른 불완전함을 낳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의 불완전함을 인정해야 한다. 세상은 차갑고 외롭고 고독하지만, 살아가야 한다. 인생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 즉흥적으로 변주를 주다 보면 불완전한 잘린 손을 껴안아 줬던 아기의 손길처럼 불완전한 나를 이해해줄 사람을 만나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존재한다. 그렇기에 불완전해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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