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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드미니 Dec 15. 2020

3 다시 일상

투 코인 체인지

 


 활화산 같은 삶으로 살아왔지만 여행지에서 만큼은 행복하고 즐거웠다. '그래 인생에서 놀 수 있는 시간에도 화를 낸다면 그만큼 불행한 인간은 없을 거야.' 나라는 사람 아직까지 갱생의 기미가 있나 보다. 여행지에서만큼은 행복하니까 말이다. 아마 이런 나라서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들이 많이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행복했던 기억들을 뒤로한 채 현실에서 나를 괴롭히는 상사들과 다시 대면해야 했으니까. 그 뒤의 따라오는 다른 이유들은 앞에서 언급한 이야기들로부터 파생되는 우울함이 원인이 되어 나를 힘들게 했다. 서른으로 가는 삶이란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들을 배워야 하는데 나는 고집센 사람이라 모든 것들을 받아들일 수 없었나 보다. 


 여행의 끝 다시 현실을 살아가는 서른 살이 되었다. 사막에서 만난 신기루가 달콤했는지 그 꿈을 잊을 수 없었다. 스물아홉의 가을은 행복했고, 그 행복이 계속될 거라 믿었다. 지금 와서 깨달았다. 막연한 희망이었다고, 모든 것들이 아련했고, 아련한 기억들을 잊지 못하는 내 모습이 슬펐다. 서른 살의 겨울의 시작과 끝은 참 많이 아팠다. 이어폰에서 자주 흘러나오던 넬의 청춘연가 가삿말이 나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45일 동안의 짧고도 긴 여행을 서른 살의 끝자락까지 난 계속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의 짝사랑처럼 말이다. 우연히 나에게 다가온 그 사람의 위로가 참 따뜻했었다. 고슴도치 같은 나에게 던진 작은 말들을 잊을 수 없었다. 꽤나 긴 시간이었다. 그게 사랑이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 그 사람의 눈동자에서 나의 모습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사랑은 타이밍이라는데 언제나 사랑에 미숙한 나는 그 시간을 잡지 못했다. 그렇게 잊혀지겠지 무심코 지내온 시간들은 점점 길어졌다. 그 사람의 위로가 잊혀지지 않아 나에게 다가오는 따뜻한 마음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내 안에서 잊혀지지 않는 시간들. 그 사람이 한 번만 더 나를 바라봐 주기를 그 눈동자 속에 들어 있는 나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다리고 기다렸다. 사랑받고 사랑해주는 사람 곁에 머물고 싶었지만 보통의 사람들처럼 그 모든 것들을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사랑받아 예쁘게 피어나도 부족한 시간에 나에게 모든 것들은 쉽지 않았다. 서른이지만 난 언제나 사춘기를 겪고 있는 듯하다. 아마 여행은 나의 짝사랑 보관법처럼 잊을 수 없는 신기루와 같았는지도 모른다. 



  많이 아팠던 그해의 끝자락 난 다시 떠나야만 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해 겨울 라라랜드를 보게 되었다. 붉은 하늘 뒤로 넘어가는 해와 그 위로 내려앉은 보랏빛 하늘. 운명처럼 사랑하게 된 두 사람의 사랑은 아름다웠다. 라라랜드의 주인공들은 각자의 꿈들로 인해 헤어지지만 결국 남자 주인공의 오랜 꿈이었던 재즈 바에서 두 사람은 오랜 시간 뒤 재회하게 된다. 이루지 못한 그들의 사랑이 아쉬웠기 때문일까? 눈앞에 잡히지 않는 꿈을 좇는 그들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아서일까? 영화의 끝에 난 파리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냥 이유 모를 끌림이었다. 아니 또다시 시작된 현실 도피다.




#라라랜드 #화병 #활화산 #여행병 #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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