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묵상

"우리들의 블루스"의 한마음

by 툇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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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음 체육대회’로 드라마가 끝을 맺었다.

20회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펼쳐 보여준 푸릉 마을 사람들의 삶은 감히 이해하려 덤빌 수 없는 고됨이었다.

여기저기 빚내어가며 골프 하는 딸을 지원하는, 결국 돈을 위해 자신을 짝사랑하는 은희의 마음을 이용하는 기러기 아빠 한수.

억척스럽게 돈 벌어서 대가족을 책임졌지만 여전히 철없는 가족이 등 뒤에 있는, 푸릉 마을 해결사 억척 은희.

어릴 때 사고로 부모님을 여의고 장애인 언니를 책임져야 하는 부담에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던 영옥.

남편도 자식도 먼저 앞세우고 하나 남은 아들이 더없이 소중한 춘희 삼춘.

동석에겐 차갑지만, 알고 보면 여섯일곱 살에 어멍 아방을 하늘로 보내고 외롭게 살았던 암환자 옥동.

어멍을 어멍이라 부르지 못해 속이 까맣게 타버린, 만물 트럭 장수 동석.

어릴 때 눈앞에서 아빠가 생을 마감하는 장면을 보게 되고, 그로 인한 우울증으로 아들 양육권마저 빼앗긴 선아.

주먹 세계에서 발을 뺏지만 늘 화난 표정으로 순댓국을 파는, 의리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인권.

도박에 빠져 가정이 망가지기도 했지만 정신 차린 후 시장에서 얼음을 배달하는, 세상 최고 똘내미 영주만 바라보고 사는 호식.

세 번의 결혼과 이혼의 상처가 있지만 겉으로는 밝은, 서울 사는 미란.


인물 한 명의 스토리만으로도 스무 편의 드라마를 만들고도 남을 진한 사연들이지만, 무겁지 않게 드라마가 흘러갈 수 있었던 것은 푸릉 마을의 힘이었다. 그 고됨을 함께 끌어안는 사람들의 힘.


영주가 산고를 겪을 때, 병원 밖에서 뼈가 으스러지도록 손을 맞잡은 두 아빠. 그들에게 달려와서 손을 포개고 그들과 똑같은 표정이 되어 기도하던 은희.

비바람이 불지만 은기를 위해 배를 띄워 달 백 개를 만든 푸릉 사람들과, 오름 위에서 손을 맞잡은 이들.

다운증후군을 앓는 영희가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제주에 오게 되었고 영옥은 그 상황이 두려웠지만, 영희와 “함께 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함께 하는” 푸릉 사람들.


그래서...

흔히디 흔한 ‘한.마.음. 체육대회’라는 이름이 좋았다.

서로의 고된 삶을 기꺼이 끌어안은, 흔치 않은 ‘한마음’임을 보는 내내 느낄 수 있었으니까.


마지막 회, 한라산을 함께 오르던 동석이 옥동에게 물었다.

“살면서 언제가 제일 좋았어?”

“지금.

“암 걸린 지금?”

“너랑 한라산 가는 지금.


작가가 마지막 장면에 넣은 자막이 이런 의미가 아닐까.

‘지금’에 여러 가지 이름을 붙여줄 수 있지만, 우리는 행복한 이름을 붙여보자.

암 걸린 옥동 삼춘도 그리할 수 있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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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땅에 괴롭고 불행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오직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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