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23일
옷차림: 반팔 스포츠웨어 티셔츠에 팔토시. 배낭 속에 얇은 바람막이 재킷
지난 6월 말까지 걷고 더운 날씨에 잠시 쉬었던 올레 걷기를 다시 시작했다.
이른 6시 40분 비행기를 타고 제주 공항에서 도착해서 성게 미역국으로 에너지를 채운 후, 이번 올레 여행의 첫 코스로 정한 2코스 시작 지점으로 이동했다.
공항에서 111번 버스를 타면 시작 지점인 광치기 해변으로 환승 없이 갈 수 있지만 그 버스의 배차 간격이 6-70분이라는 것을 알게 된 우리는 우선 제주 버스터미널로 이동했다. 성산 쪽으로 가는 버스의 선택지가 더 많은 터미널에서 212번 버스를 타고 광치기 해변 정류장에 내렸다.
지난 5월, 1코스 종점 스탬프를 찍기 위해 왔던 익숙한 곳에서 2코스 시작 스탬프를 찍고 걷기 시작했다.
광치기 해변에서 오조리 방향으로 한 바퀴 돌고 내려와야 하는 3km 정도를 생략하고, 바로 성산 내륙 쪽으로 걸었다. 인증 스탬프를 찍는 올레꾼으로서 마음이 개운치 않았지만, 새벽 비행기와 무거운 배낭에 핑계를 두고 그리 걷기로 했다.
제주스럽다기보다 내륙 어디에서도 만날 수 있는 풍경의 동네 길을 걷다가 대수산봉을 만났다. 배낭을 메고 오르면서 체력을 아껴 시작하길 잘했다고 한 번 더 합리화했다. 대수산봉은 가팔랐고, 평지 걷기에만 단련된 다리에는 쉽지 않은 오르막이었다. 하지만, 오르는 길이 가파를수록 기대감이 커지게 만드는 경험을 또 한 번 했다. 대수산봉은 힘들게 오른 것이 아깝지 않은 풍광을 보여주었다. 섭지코지와 성산일출봉, 우도까지 한눈에, 그리고 등 뒤로는 구름 걷힌 한라산까지!
대수산봉을 내려와 올레길에서 벗어나 커피박물관 바움으로 향했다. 한걸음도 허투루 내딛지 않는 올레길에서 왕복 1km를 벗어나 그곳에 갈 수밖에 없었던 건, 그곳에 좋은 기억도 있지만 그보다 2코스 종점 근처까지 카페나 식당은 단 한 곳도 없다는 것 때문이었다. (올레 시작점과 종점에 쉴 곳이 모여있는 코스가 많다.) 바움에는 커피 외에 허기를 달랠만한 파니니가 있어 다행이었다.
다시 올레길로 돌아와서 만난 곳은 혼인지. 전혀 사전 정보가 없었기에 어떤 곳인지 모르고 갔다가 말 그대로 혼인에 관련된 곳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만화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읽었는지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있는 삼신인이 바닷가에 떠밀려온 나무상자 속의 세 공주와 결혼했다는 이야기의 현장이 이곳이었다.
올레 2코스를 걸으면서는 사람을 거의 만나지 못했는데, 혼인지에서 나와 새로 만난 동네는 신기하리만큼 사람이 없었다. 해가 구름에 가려지는 동안에는 타노스가 정말 손가락을 튕겼나 싶은 생각이 들만큼 스산한 기분이었다. 그러다 2코스 종점에 다 달아 등장한 환해장성. 환해장성은 다음날 걸은 3코스에도 드문드문 이어져 있었다.
제주 공항에서 먼 곳으로 이동할 때, 버스 이용 tip_
1) 목적지가 공항에서 먼 데다가, 버스 시간 배차시간이 애매한 경우: 10분 거리에 있는 제주 버스터미널로 버스를 타고 나가 그곳에서 출발하는 노선을 알아보시길 추천한다. 공항에서 터미널로 가는 버스는 많다.
2) 터미널 외부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있고, 내부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있다. 버스를 내린 곳에 원하는 버스 번호가 없다면 당황하지 말고 내부로 들어가 보시라.
3) 같은 번호의 버스라도 시간에 따라 노선이 조금 다른 경우가 있으니 기사님께 확인 후 타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