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24일
3코스: 온평~표선 올레 (A코스: 중산간 올레, 20.9km/ B코스: 바당 올레, 14.6km)
날씨: 기온 19-24℃
옷차림: 얇은 긴소매 스포츠웨어. 올레를 걷는 동안은 긴소매를 입은 것이 후회되었지만, 그늘에 앉아서 쉴 때는 얇은 바람막이 재킷이 필요했음.
온평포구에서 멀리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해안길로 시작하는 3코스 초입은 2코스 말미에 시작된 환해장성이 이어진다. 그리곤 '이 길이 맞나?' 싶은 좁은 숲길 입구에 간새가 서있다. 길지 않은 숲길이지만 좁은 데다가 때마침 머리 위로 큰 새가 푸드덕거리며 날아가는 바람에 많이 놀랐다. 워낙 겁이 많은 편이라 혼자라면 큰 용기가 필요한 구간이 올레 중간중간에 있다.
다시 해안길. 다시 환해장성. 이어지는 해안길에는 오징어, 한치가 자로 잰 듯 간격을 벌려 걸려있고 맞은편에 구워주는 상점이 있다. 카페 외관이 눈길을 끌어 들어간 아오오는 알고 보니 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곳이었다. 시그니처 메뉴로 에너지를 채우고 잠시 다시 걷다가 발견한 "시간이 머무는 책방". 제주 곳곳에 있는 동네책방은 들어가고 싶어도 책을 사지 못하는 상황이면 미안해서 들어가지 않는데, 이곳은 무인으로 운영되는 곳이라 들어가서 구석구석 제대로 둘러보았다. 직접 LP를 플레이시켜 음악을 들을 수도 있고, 무인으로 운영하는 약간의 간식거리들이 있었다. 카페 아오오에서 쉬지 않았다면 이곳에서 쉬었을 텐데 아쉬워하며 책방을 지키고 있는 곰돌이와 인사를 했다.
신산리 바닷가에서 2km 남짓을 걸어 도착한 식당 주어코지. 3-B코스를 걷는다면 꼭 추천하고픈 식당이다. 비빔국수도 맛있었고, 고기국수를 먹은 남편은 국물이 특별하다고 했지만 그보다, 보말김밥이 별미였다!
충무김밥처럼 먹기 좋은 크기로 싸인 보말김밥에 새콤한 해초무침을 곁들여 먹으면 되는데, 다시 꼭 찾아가서 먹고 싶은 맛이다. 길냥이를 살뜰히 챙기시는 따뜻한 주인 부부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걸었다.
남동쪽 올레길에는 'ㅇㅇ수산'으로 불리는 양식업장이 정말 많다. 올레꾼이 쉬어갈 만한 상업 시설이 전혀 없는 것은 양식업과 관련된 지역의 특성인가 하고 남편과 추측을 해보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떠들며 걷다 보니 어느 순간 이어지던 양식장들이 뚝 끊어지고 그 뒤에 가려졌던 목장이 펼쳐졌다. 목장 끝에 이어진 바다와의 풍경이 너무 좋아 연이어 찾아간 적이 있던 신천 목장. 다시 보아도 감탄스러웠다. 목장에 소떼가 풀을 뜯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신천목장이 끝나면 곧바로 아스팔트 도로가 이어진다.
걷다가 신천 해수풀장에 있는 세븐일레븐을 만나거든 수영장이 있는 쪽으로 들어가 보시길. 수영장은 운영과 상관없이 음료 하나 마시며 쉬기 좋은 곳이다. 비워진 수영장이지만, 펼쳐진 야자수 뷰가 꽤 좋다.
고픈 배처럼 쑥 들어갔다는 '배고픈 다리'를 만나는데, 비가 많이 내린 직후에는 이 다리로 지나갈 수 있을까 싶을 만큼 해수면에 가까운 높이다. 검은여 백사장을 바라보며 바당 올레를 지나다 서쪽 표선 해수욕장의 광활한 해안사구를 발견하고는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3월에서 6월엔 흰물떼새가 알을 낳는 곳이라고 각별한 주의를 요하는 안내판이 붙어있었다. 물이 빠지는 때를 잘 만나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드는 넓은 백사장을 걷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등산화를 벗었다.
어쩌다 보니 지름길로 이동한 셈이 되었지만, 아마 그 시각에 올레를 걷다가 이곳을 발견한 사람이라면 지체 없이 모두 내려가지 않았을까 싶다. 표선해수욕장 입구에서 종점 스탬프를 꾸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