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4코스

by 툇마루

2022년 9월 25일

4코스: 표선~남원 올레. 19km

날씨: 기온 20-25℃

옷차림: 반소매 티셔츠에 팔토시. 오후 완주까지 바람막이 재킷이 필요 없었던 더운 가을 날씨.


표선 해수욕장 입구에서 시작해 바당 올레를 걸으며 4코스를 시작했다. 바당 올레 시작 지점부터 휠체어 코스였는데 눈으로 보기엔 잘 닦여 있는 것 같지만 실제 휠체어 이용자들은 어떻게 느낄지 문득 궁금했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아 그런지 바닷가의 현무암들은 거칠고 날카로웠다. 이런 곳을 지날 때면 다른 행성에 온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현무암이 바다로 이어진 다양한 모양을 보면서 걷다 보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을 만난다. 바다 한가운데까지 닿을 듯이 길게 뻗은 길을 만나 끝까지 걸어가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만, 19km나 되는 코스를 걸어야 하니 어찌할 것인가. 한 걸음도 허투루 디딜 수 없어서 사진으로 남기고 화살표 방향을 따라 오른쪽으로 몸을 틀었다. 이때부터 울퉁불퉁 걷기 힘든 길이 꽤 이어진다. 에너지 소모가 많아 좀 전의 선택이 현명했다고 위로하며 걷는다. (발목이나 무릎이 좋지 않다면 도로 위로 나란히 이어진 휠체어 코스로 걸어도 좋을 것 같다.)

편의점마저 드문 올레였지만, 간간이 마련된 쉼터가 감사했다. 이곳에서 마시는 물은 생수 그 이상의 맛이다.

그늘 없는 바당 올레를 걷다가 마주한 카페는 아직 오픈 전이었고, 덕분에 올레꾼에게 어울릴만한 카페를 찾아냈다. 걷는 사람은 자연을 아끼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나로선 그리 생각되었다. 카페 "그린블리스". 올레길에서의 한 걸음을 소중히 여기는 나였지만, 코스에서 300m나 벗어나 찾아간 곳이었다. 문 닫힌 카페 앞에서 근처 카페를 검색하다가 친환경 카페라는 정보만으로 찾아가 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카페에 들어서면서부터 환경에 대한 생각을 담뿍 담은 곳임이 느껴졌다.

카페를 들어서자 보이는 문구. "지구에서 우리가 가장 지적인 존재라고 하면서 어떻게 이 행성을 파괴할 수 있나요? -제인 구달". 이것으로 시작해서 관련 그림책 등 곳곳에 환경에 대한 메시지들이 담겨 있었다.

카페에서 가을 더위를 식히고 나와 다시 시작한 올레에서 돌길을 지나 리조트 옆 잘 정비된 길을 지난다. 이 길을 지나 대로가 나오면 곧 중간 스탬프 간새가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간새와 나란히 밥집이 나온다. "알토산고팡". 몽골 트레킹을 다녀온 주인아저씨와 마음에서 우러나는 친절이 진하게 느껴지는 주인아주머니 덕분에 든든한 한 끼 식당이다.

남은 길을 걸을 힘을 제대로 얻어 귤나무가 이어지는 길을 걷는다. 아직은 여름을 닮은 초록 감귤들을 보면서, 올해는 이 농장의 귤들이 제대로 값을 받기를 바랐다. 아름드리 고목이 맞이하는 마을을 벗어나면 길고 긴 바닷길을 걷는다.

아무리 제주 바다라도 지겨울 수도 있나 보다. 아스팔트로 끝없이 이어진 바당 올레가 지겨워져 아무런 감흥 없이 걸었다. 혼자 걸으면 빨라도 멀리 가지 못한다고 했던가. 그 말이 절로 떠올랐다.

그렇게 4코스 19km 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