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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툇마루 Jan 12. 2023

홈스쿨 밖에서 홈스쿨 보기

다시 정리한 '홈스쿨'의 정의

6년 간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2년 간의 홈스쿨링도 졸업. 그리고 1년 간의 꿈틀리 인생학교에서의 기숙 생활로 아이는 열여섯 살의 한 해를 마무리했다. 아이가 기숙학교에 입학해서 곁에 없는 1년 동안도 홈스쿨링 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아이가 기숙학교에 가서 2주에 한 번 만나는데도 그런 마음이 드는 것에 이상했지만, 점점 그 이유를 알게 되었고 그것을 정리하고 싶었다.



열일곱 살을 앞두고 아이는 고민이 깊었다. 일반 고등학교, 산마을 고등학교, 이야기 학교, 거꾸로 캠퍼스, 다시 홈스쿨링 등 여러 길을 놓고. 가을이 시작될 무렵까지만 해도 다시 홈스쿨로 돌아오는 것으로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내년이 성큼 다가옴을 느꼈는지 아이는 진로를 현실로 훅 당겨와 고민하기 시작했다. 꿈틀리 친구들과 함께 서로의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꿈틀리를 졸업한 선배들이 학교를 방문해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갖기도 하고, 1년 간 아이들과 밀착해서 시간을 보낸 (어쩌면 부모보다 아이를 객관적으로 더 잘 알지도 모르는)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처음엔 일반 고등학교에 가는 것으로 결론짓는 듯하더니, 기숙형 고등학교를 찾아보기도 했다. 그러다 결국 거꾸로 캠퍼스(이후 거캠)로 마음을 정하고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홈스쿨링을 하기로 결정하던 때가 생각났다. 그때는 아이도 어렸고, 홈스쿨 자체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온 가족이 다 함께 숙고했다. 우선은 공교육 이외에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더 있다는 것을 아이가 아는 자체만으로도 좋다고 생각했다. 어떤 목적지로 가는 길이 정해진 길 하나뿐이라면 그 길의 상황과 나의 상황을 고려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하지만, 다른 갈래 길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 그 자체로 마음에 여백을 줄 수 있다. 아이가 다양한 형태의 교육 과정을 경험하게 되면서 그 여백의 힘을 가족 모두 느끼게 되었다. 그러면서 이 나라의 아이들이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이 생겼다. 공교육이 아니어도 다른 길로 가도 괜찮다는 것, 그것을 알기만 해도 좀 더 편히 숨 쉴 수 있을 텐데.

 

11월부터 온라인, 오프라인을 번갈아 거캠 입학 절차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1:1 입학 대화를 끝으로 모든 절차를 끝내고 합격 통보를 받았다. 지원한 학생들은 거의 대부분 입학 가능할 거라고 미리 들었지만 합격 소식은 기뻤다. 

아이가 거캠으로 마음을 정하기 전까지는 내심 다시 홈스쿨을 선택하기를 바랐다. 코로나로 인해 거의 집에서만 이루어진 홈스쿨의 한을 풀듯, 영상이 아닌 대면으로 배우며 집 밖에서의 배움을 맘껏 누렸으면 하는 이유였다. 거캠의 입학 절차를 밟으면서 나조차도 그 학교의 매력에 설득되면서 이런 사소한 바람은 접어야겠구나 싶었다. 이제 정말 홈스쿨링을 마무리해야 할 때라는 것을 인지하면서 홈스쿨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다.


홈스쿨이라는 단어 자체를 생각했다. 집이나 가정을 뜻하는 home과 학교, 교육하다, 가르치다는 의미를 가진 school 두 단어의 만남이다. 흔히 홈스쿨은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을 말하는데, 앞의 두 단어로 생각해 보면 아이가 어떤 교육 기관에 다니든 상관없이, 집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한글로 바꾸어보자면 요즘엔 잘 사용하지 않는 '가정교육'이라는 단어가 가정 적절할 수도 있겠다. (가정교육 운운하는 것이 부정적인 면이 강해서 요즘은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가 되어버렸지만.) 가정교육이라는 것이 가족이 함께 집에 머무르는 동안의 부모의 태도쯤으로 정리될 것 같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있는 동안 무엇을 하든, 그 사이에 흐르는 공기가 각 홈스쿨의 주된 교육 이념이 되고, 그것에는 부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배어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종일 바깥에서 성적, 외모, MBTI 등 말도 안 되는 것들을 기준으로 평가받는다. 부모가 알지 못하는 스트레스를 품고 귀가한 아이가 집에서만큼은 존재 자체로 귀하게 인정받는 것이 각 홈스쿨의 교육 가치에 포함되길 바란다.  


아이가 기숙학교에 있었던 1년 동안도 홈스쿨링을 하던 때만큼 마음을 굳게 먹었던 것 같다. 간섭하지 않기. 기숙 생활 동안 간간이 안부를 물으면서도, 의무 외박 주말에 만나면서도 아이에게 주어진 특별한 1년을 맘껏 누리도록 돕고 싶었다. 아마도 그렇게 먹었던 마음이 홈스쿨링을 계속하고 있는 듯 느끼게 한 것 같다.



홈스쿨 후에 1년 과정의 꿈틀리인생학교를 결정하면서도, 그다음 스텝은 또 1년 후에 결정하자 했었다. 그리고 이렇게 아이는 거캠에서의 시간을 앞두고 있다. 거캠 다음 스탭은 또 어디로 나아갈지 정해진 바는 없다. 그저 기대하는 마음으로 응원하는 마음으로 곁에서 지켜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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