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툇마루 Feb 02. 2023

1년 간의 갭이어 이후,

놀멍 쉬멍 하며 자신을 알아가고, 관계를 배우는 "꿈틀리인생학교"에서의 1년을 지내고, 아이는 다시 다음 단계를 위해 수학과 고군분투 중이다.


겨울방학을 시작하면서 아이에게 물었다. "안아, 거꾸로캠퍼스(이후 거캠) 가면 기본적인 과목 수업은 있는데, 수학은 체크 좀 안 해도 괜찮겠어?" 했더니 (어디서 온 자신감인지) 다 기억난단다. 마침 버려지지 않고 남아있는 중학교 수학 3(상)이 한 권 있길래 풀지 않는 페이지를 내밀어 보았다. "어때? 기억나?"

잠시 훑어보더니 중1,2,3 수학 내용이 한 권에 들어있는 문제집 필요할 것 같단다. "다 생각날 줄 알았는데 개념 정리를 다시 해야 할 것 같아." 그러고는 다음날 도착한 문제집을 받아 들고선, 심화는 커녕 개념 문제만 있음에도 몇 개씩 틀려가며 기억을 되살리려 고군분투 중이다.


겨울방학을 열흘 정도 남겨두고 하루에 두어 시간씩 중학교 수학을 시작했다. 거캠에서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수업이 있기도 하지만 이후에 고졸 검정고시도 봐야 하니 중학 수학은 되살려 놓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권유했다. 본인은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홈스쿨링을 하던 시기에 수학을 대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마음가짐이 보인다. 수학을 왜 해야 하는지부터 해결되지 않았던 시기와 동일한 질문에 해답을 가진 시기의 차이인 것 같다. 곁에서 보기에도 편안하다.



학기 중에 2주 만에 만나 잠시 주말만 지내고 꿈틀리로 돌아가던 때와,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학은 보이는 것이 확실히 달랐다.  


지난 1년 간 강화도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이가 보여주는 2학기에 쓴 글 몇 개를 보고는 굳게 마음먹었다.  '어른으로 대해야만 하겠구나'.

1년 동안 '옆을 볼 자유를 누리며' 신나게 놀기만 한 줄 알았더니, 계룡산에 있다 나온 게 아닌가 착각할 만큼 아이의 생각은 깊어져 있었다. 아마 이 나이 또래 많은 아이들은 이만큼 생각이 자라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단지 우리가 정리된 아이의 마음을 읽을 기회가 없었을 뿐일 것이다.


어른으로 대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다음 날 아침, 시간제한을 걸어두었던 핸드폰 어플 두 가지 모두 제한을 풀었다. 그리고 이것이 엄마가 너를 어른으로 존중하고자 하는 첫 번째 표현이라고 말해주었다. 

두 번째 표현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은 순간순간 아이를 믿는 것이다. 스스로 알아서 고민하고 결정한 것이리라고 믿는 것. 사소한 것부터 믿고 맡기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친구를 만나러 멀리 이동할 때 선택한 대중교통 노선 선택처럼, 대부분 아이가 선택한 방법보다 좀 더 편한 방법을 알고 있을 때 말하지 않는 것이다. 어른이 되어가는 필요한 과정이라는 생각이다. 아이가 커갈수록 도와달라는 요청이 줄어들지만, 요청이 있을 때는 그 손을 꼬옥 힘 있게 잡아주려 한다.

엄마라는 위치에서 습관처럼 챙기던 것과 아이가 스스로 하게 하는 것 사이에 부단한 연습이 필요하겠지만, 이번에 마음먹은 건 아마도 쉬이 무뎌지진 않을 것 같다. (이미 아이가 독립적인 편이긴 하지만, 엄마는 연습해야 할 것이 왜 이리도 많은지...)


무엇을 해도 좋을 나이 열일곱, 너의 선택과 걸음을 존중한다.


(2월 5일에 다시 꿈틀리로 돌아가 친구들과 마지막 일주일을 보내고, 2월 10-11일 이틀간 졸업 행사를 치른다. 그러고 나서 곧장 3일 후인 14일부터 거캠 일정이 시작된다.)



이전 19화 홈스쿨 밖에서 홈스쿨 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