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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툇마루 Dec 22. 2022

꿈틀리 인생학교 이야기, 9

겨울 방학을 하루 앞두고

7기 아이들은 함께 일상을 살아내며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졸업을 향해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는 듯 2학기를 지냈다. 덴마크 배움 여행부터 지난주에 있었던 졸업 여행까지, 꿈틀리의 일정은 느슨한 듯 바빴다. 




덴마크에서의 2주는 홉트럽 애프터스콜레에서의 4박 5일,  바흐네이호이 애프터스콜레에서의 2박 3일, IPC(International People's College) 당일 방문까지 세 곳의 애프터스콜레 방문과 팀 여행, 개인 여행까지 다양한 경험을 했다. 아이는 빡빡한 일정에 힘들었다고 하면서도 덴마크의 또래 아이들과의 시간을 언제 또 경험할 수 있겠냐며 여행 다녀온 뒤 함께 있는 주말 내내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을 쏟아내었다.


덴마크 배움 여행


다시 강화도로 돌아간 아이들은 다시 농사복을 입고 호미를 들었다. 고구마 농사, 벼농사를 처음부터 판매나 포장까지 감당해내느라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은 "쌀 한 톨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라는 노래를 봄에 벼농사를 시작하면서부터 불렀다. 이 노래가 아이들의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기억되듯, 농사의 과정마다 쏟았던 수고가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기억되기를 바란다.


고구마 농사, 벼농사

여행을 하고 농사를 짓는 동안 가을이 무르익었고, 아이들은 내년을 위한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되었다. 안이는 1년간 쉬었던 홈스쿨링을 이어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다가 친구들과 함께 이 무렵부터 고민이 많아졌다. 일반 고등학교에 가볼까? 산마을 고등학교는 어떨까? 하더니 결국 거꾸로 캠퍼스로 마음을 정했다. 

7기들의 진로에 대한 고민에 도움을 주기 위해 꿈틀리를 졸업한 선배들이 다녀간 날, 아이는 이런 표현을 했다. "엄마, 꿈틀리는 진심으로 진로에 대해서 함께 고민해주는 게 느껴져." 

선배들과의 시간을 가진 것만으로 하게 된 생각이라기보다, 한창 고민을 하던 시기에 선생님들의 마음이 가닿았던 것 같다.


꿈틀리는 매해 김장을 하는데, 안이의 경우 입학 전에 김장하는 스케줄이 있다는 것을 알고 덴마크 여행보다 기대했다. 단지 재미있을 것 같다는 게 이유였는데, 집에서 해보지 않은 경험이라 그런가 싶어 살짝 미안해지기도 했다. 7기 아이들은 작년 6기 선배들이 담근 김치를 먹었는데, 7기 아이들은 다시 8기를 위해 김장을 담근다. 자신들이 먹을 김치를 담그는 것과 비교해 본다면 어떤 것을 더 맛나게 담글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선배들과 함께한 진로 고민 시간, 8기를 위한 김장하기


2학기 마지막 스케줄은 졸업 여행이었다. (겨울 방학 후 1주일간의 기숙 기간이 남아있다.) 꿈틀리의 졸업 여행은 장소부터 스케줄까지 아이들이 대부분의 것을 정하고 움직인다. 이번 여행지는 여수였다. 학교에서 바로 여수로 이동했기에 짐 싸는 것을 전혀 도와줄 수 없기도 했지만, 기숙하는 동안 스스로의 일상을 꾸려왔기에 여행 짐을 싸는 것은 이제 아이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강화에서 용산역으로 가는 것부터 이미 아이들에겐 졸업 여행이 시작된 듯 즐거워 보였다.


줄업 여행(여수)


방학을 앞두고 아이에게 아쉽지 않냐고 물었다. 1년 반이라면 딱 좋겠지만, 조금 아쉬운 1년이어도 괜찮은 것 같다는 답변을 했다. 그리고, 이 친구들과는 (일반 학교에서 만났다면 선배가 되었겠지만) 평생 만날 거니까 괜찮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진 출처: 꿈틀리인생학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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