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7-1코스

by 툇마루

2023년 4월 30일

7-1코스: 서귀포 버스터미널~제주올레 여행자센터 올레/ 15.7km

기온: 아침 날씨는 17도로 약간 쌀쌀한 정도라 바람막이 필수. 낮 22도

옷차림: 긴소매 스포츠웨어 티셔츠 + 얇은 바람막이 재킷




서귀포터미널 앞 건널목을 건너면 곧바로 도심 속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계단도 오르고 아스팔드 길도 오르다 지칠 무렵 왼편에 반가운 화살표가 나타난다. 몇 걸음 걷지 않아 숲길이 시작되는데, 아스팔드 길 한가운데 있다가 갑자기 숲길로 들어서서인지 차원을 넘어선 듯한 기분을 잠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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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코스는 구름 없는 날 걷는 것을 권하는데, 날씨가 허락해 준다면 덕분에 걷는 내내 한라산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또한 하루 이틀 전에 비가 내렸다면 금상첨화다. 코스 중간에 비가 오면 풍성해지는 엉또폭포를 지나기 때문이다.
우리가 걸었던 그날이 딱 그런 날이었다. 구름 한 점 없고, 하루 전에 비가 내린 행운의 날.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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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또폭포 근처에 도착하니 가는 길 엉또로 공사로 인한 우회 푯말이 있었다. 어느 정도 걷다 보면 폭포 쪽으로 가는 다른 길을 안내해 주겠거니 기대하며 걸었지만, 차도 옆길만 줄곧 이어질 뿐이었다. 결국 폭포 쪽 안내는 없었고, 예전에 보았던 엉또폭포를 기억해 내는 것으로 대신하며 그 구간을 힘들게 지났다. 그 흔한 편의점 하나 나오지 않는 길이라, 고근산 방향으로 들어서기 전 올레를 꽤 벗어나 겨우 가게를 하나 찾아 쉬었다. (이 코스를 완주한 후, 이 순간에 잠시 쉬면서 먹은 아이스크림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두세 번은 반복해서 얘기한 것 같다. 엉또로 공사가 끝난 이후에 간다면, 엉또 폭포 휴게공간에서 쉴 수 있으니 이 가게는 잊어버리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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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스탬프를 찍는 곳이 고근산 정상에 있는데, 이것은 행여라도 고근산을 놓칠까 올레꾼을 배려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정상에 오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고근산에 서면 푸르른 제주의 남쪽 바다도 보이지만 손에 잡힐 듯 펼쳐진 한라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황홀하기까지 하다. 이번 올레 여행에서 총 네 코스를 걸었는데, 개인적으로 네 코스를 통틀어 고근산이 단연 첫 손에 꼽힌다. 하산하는 동안에도 한라산이 얼굴 앞에 위치해 주어 그 감동을 오래 이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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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먹을 시간이 넘겨 코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식당을 찾는데, 잘 먹지 못하는 순댓국 집들만 눈에 띄어 곤란했다. 그러다 찾은 "솔왓동산식당". 맛있게 점심을 먹고 충분히 쉰 다음에야 안 사실은, 원래 브레이크 타임이었는데 올레꾼에게 밥 안된다는 말을 차마 하실 수가 없으셨단다. 아마 종종 그래오신 것 같았다. 특별한 맛집이 아니어도 이런 곳이야말로 배도 부르고, 마음도 부르게 하는 밥 한 공기가 별미다.


제주에서 드물게 논농사를 짓는 하논 분화구를 만난다. 분화구에서 솟는 용천수가 있어 가능하다는데 가을 벼가 익을 때 와서 보면 분화구에서의 농사가 잘 지어지고 있는지 더 잘 보일 것 같았다. 분화구라 해서 금방 지나는 구간일 거라 생각했다가, 그 규모가 꽤 넓어 놀랐다. 하논분화구 방문자 센터에 오르면 분화구가 한눈에 보인다. 그리고 걸매생태공원을 지나 벽화가 보이면 이제 완주가 코앞이다. 한번 더 한라산을 눈에 담을 수 있는 풍광이 고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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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누구와 걷느냐에 따라 흙길이 꽃길이 되고, 평지가 오르막이 되기도 한다. "꽃길만 걸으세요"라고 말하지만, 그런 말로 인사하는 이조차도 누군가의 길을 자갈길로 만들 수도 있지 않은가.

그동안 대부분의 코스를 남편과 둘이 조용히 걷다가 노래 부르기 좋아하는 아이가 동행하면서 올레는 다른 길이 되었다. 아이가 못 따라오면 셋다 함께 평지도 오르막처럼 걸을 수도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오히려 아이의 노래 덕분에 오르막도 평지처럼 걷게 되는 구간들도 있었다.

꽃길까지 만들 인격은 못되더라도, 평지가 오르막으로 느껴지게 하지 않는 사회 구성원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솔직히는, 오르막이 평지처럼 느껴지는데 한 부분 감당하고 싶은 욕심을 부려본다. 솔왓동산식당 아주머니가 우리에게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