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차림: 긴소매 스포츠웨어 + 얇은 바람막이 재킷. 아침 걷기 시작할 무렵엔 한 겹 더 입어야 했나 생각했지만, 걷기 시작한 이후로는 이 정도로 적당했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오늘 일기예보의 오전 강수량은 미미했는데, 역시나 제주도의 날씨는 불과 한두 시간 앞도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가 보다.
아침에 일어나서 확인한 에보에는 오전 비 소식이 사라지고, 오후에 비 조금 내리는 것으로 바뀌어있었다. 하지만... 막상 걸으면서 만난 일기는, 점심 무렵부터 꽤 많은 비가 쏟아진 것으로 결론. 아주 적은 강수량이라도 비 예보가 있다면 반드시 우산이나 비옷을 준비해서 나서도록 하자.
추위를 워낙 힘들어하는 터라 작년 11월에 올레 걷기를 마무리하고 다시 올레 위에 서기까지 다섯 달이 걸렸다. 예상치 못하게 다시 올레를 걷는 날이 손꼽아 기다려졌고 때로 그 기다림은 때로 사랑하는 이를 향한 그리움 같기도 했다.그렇게 만난 올레에서, 발견되는 파랑파랑하고 주황주황한 리본은 어찌나 반갑던지.
작년 5월에 아이와 셋이 걷다가 중간 스탬프 이후 베릿내 오름에서내려와 멈췄던 8코스의 남은 절반을 걸었다. 이번엔 8코스 종점 대평포구에서 시작해서 역방향으로.
남은 절반 구간을 걸으며, 베릿내 오름 이후의 올레는 앞선 절반 구간과 다르게 길도 좋고 평탄한 길이라 포기하지 않았다면 완주할 수도 있었겠구나 했다. 앞에 놓인 길이 이렇게 평탄한 길인지 그때 알았다면 말이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도 이 길과 꼭 닮지 않았는가.
대평포구에서 병풍처럼 펼쳐진 박수기정을 뒤로하고 계속해서 바당올레가 이어진다. 하예포구를 지나 논짓물까지 이어지는데, 논짓물 화장실이 잘 관리되고 있어 이용하기에 적당하다. 논짓물을 지나 내륙으로 방향을 틀면 공원인가 싶은 초록길이 계속해서 이어지는데 이곳이 예레생태공원이다. 이런 길이라면 내리는 비조차도 분위기를 더해주어 고맙다.
생태공원답게 우리보다 열댓 걸음 앞서 오리 한쌍이 걷기도 하고, 하얀 두루미가 날개를 활짝 편 자유로운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게다가 비에 젖어 더욱 선명한 거미줄이 고대 귀족들이 걸치던 목걸이의 원형인가 싶기도 했다.
예래동을 벗어나 중문에서 점심 먹을 때가 되어 들른 해물라면 집이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라면 맛집이 될 줄은. "오빠네 해물라면". 테이블이 대여섯 개 놓은 작은 규모에 대기가 많아 30분가량 기다려야 했다. 비 오는 날 떠오르는 다른 메뉴도 없었기에 기다리는 동안 다리도 쉬어갈 겸 가게 앞 작은 의자에 앉았다.
꼬기라면(가운데 사진)은 처음 받은 상태에서 한 젓가락 휘저은 다음이라 사진이 영 별로다.
시중에 만들어진 라면 수프를 사용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만든 양념이었는데 라면과 짬뽕 사이 어디쯤인 그 맛이 훌륭했다. 남편은 해물라면 보다 같이 주문한 꼬기라면에 더 높은 점수를 주었다.
따뜻한 국물에 식은 체온을 다시 올리고, 중문관광안내소를 지나 작년 5월 베릿내 오름에서 내려와 어렵게 찾았던 그 버스정류장에서 올레 마침표를 찍었다.
숙소 tip,
8코스 종점, 9코스 시작점에 자리 잡은 "돌담에 꽃 머무는 집"은 이 두 코스를 걷는 올레꾼에게 좋은 숙소가 될 듯하다. 스탬프를 찍는 간새와 가까운 위치도 좋지만, 조식을 해결할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