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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툇마루 Jun 01. 2023

결점을 알게 된 순간

사진: Pixabay



일주일 전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내가 가진 커다란 결점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것은 '꾸밈', '가식', '포장', '가짜' 이런 류의 단어로 표현되는 행동에 대한 나의 반응이었다. 지극히 평범한 상황에서 나온 반응이었기에 더 많이 놀랐고, 그랬기 때문에 얼마만큼 싫어하는지도 제대로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싫어하는 정도 앞에 "끔찍하게"라는 단어가 붙어야 할 정도임을 알았기에 커다란 결점으로 정리하게 되었다.

영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이라는 지점에서 많이 놀랐다.


그 결점은 그간 알게 모르게 나의 선택과 결정에 있어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시간을 거슬러 몇 가지 일들이 떠올랐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몇 가지 떠오른 일은 모두 인간관계에 대한 일들이었다. 그리고 어렵게 정리했던 관계들 대부분 깊이 들여다보니 이것이 이유였다. 

이 결점을 미리 알았더라면 다른 선택을 했을까. 결점을 알았다 하더라도, 갑자기 싫어하던 것에서 자유로워질 수는 없었을 테니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때의 쉽지 않았던 선택을 존중하며 오래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그 일주일 전 저녁, 나의 이런 결점으로 인해서 가장 가까이에서 힘들었을 남편과 아이에게 사과를 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과민한지 몰랐는데, 옆에서 힘들었겠다고. 평소 나에게 단순하다는 말을 듣던 둘은 힘들었던 게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 바람에 그게 사과인지 뭔지 애매하게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둘은 기억하지 못해도 내게는 기억나는 일들이 몇 있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작은 거짓말도 얼마나 혹독했던가. 남편은 꾸밈없이 말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나의 결점을 속속들이 안다면 곁에 남아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런 면에서 가족은 실로 대단한 관계다. 피로 맺어졌다는 이유만이 아니라, 이 정도의 "서로 견뎌줌"은 실로 엄청난 견고함이 생겨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죽을 때까지 자신과 세상에 대해서 알아가야 한다고 하지만 그 과정이 그저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뒤통수가 얼얼한 경우가 생기면 더 이상 알아가고 싶지 않아 진다. 앞으로 또 어떤 나를 불현듯 인식하게 될까 두렵기도 하지만, 뒤를 돌아보면 이런 나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곁에 있어준 이들에게 새삼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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