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해서, 꼭 필요할 것만 같아서 인터넷 쇼핑몰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가 주문한다는 것을 까먹고 필요한 시기를 놓친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게 때를 놓치고는 오히려 '까먹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여러 번.
있었으면 좀 더 편리했겠지만, 없어도 괜찮았구나 한다. 조금만 더 움직이고, 조금만 더 불편하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적은 금액이 아니었던 물건의 경우는 돈을 아꼈다는 희열마저 오기도 한다.
가끔은 까먹은 덕분에 다음 해 같은 시기 조금 더 오른 비용을 치르고 구매하게 되기도 하지만, 까먹어서 다행인 경우가 더 많은 걸 보면 소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입을 옷이 없네.'
반복적으로 하는 혼잣말 중에 그 횟수가 어쩌면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매번 새로운 계절이 돌아오면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말이었다. 하지만, 환경에 대한 인식이 생기고 그 인식이 조금 더 깊어지면서 더 이상 하지 않는 말이 되었다. 쇼핑몰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까먹어서 사지 않는 품목에서 옷은 더 이상 없다. 비싼 옷을 사지도 못했지만, 티셔츠 한벌씩 사면서 가지던 행복감을 다른 곳에서 채우기 시작하니 구매욕을 억누르지 않고도 가능해진 것 같다. 매번 같은 옷을 입으면 어떠냐 그 이상으로 내면을 빛나게 만들어보자 싶은 욕심도 슬쩍 얹어보기도 한다.
여전히 온라인 의류 쇼핑몰을 들락거리지만, 성장하는 아이를 위한 옷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면서 사소하게 티나지도 않을 부분에 열심을 낸다.
그리고 잘 까먹은 덕분에 소비를 줄일 수 있어 참 다행이다.
(이미지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