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 향. 존. 중.
열일곱 딸에게 올여름휴가 준비로 비키니 수영복을 권했다.
과감한 디자인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비키니를 입는 것 자체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해외 바닷가에선 체형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비키니를 입은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영화나 사진 속에서 그런 풍경을 볼 때면 그저 부러웠다. 타인의 시선보다 중요한 것이 자신의 취향일 수 있다는 것이.
통통한 딸이 자기 몸을 사랑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일반적이지 않게 길고 깡마른 아이돌 가수의 몸이 미의 기준이 되어가고 있는 것을 따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통통해도, 누구도 이쁘다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를 귀히 여기는 마음이 더 많이 필요한 현실 속에 살고 있다.
아이는 자존감이 건강한 편임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부터 살이 찌는 것을 가리려 품이 넉넉한 옷만 고집하는 것이 보였다. 타인의 시선보다 중요한 것이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꼭 맞는 옷을 권하는 것부터 자연스럽게 시작했다.
자기 몸을 사랑하는 마음이 옷에 관한 것만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것들이 쌓여 발휘되는 힘을 믿었다. 비키니를 권하는 작은 행동으로 "너 자신으로 충분히 아름다워"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세 식구가 처음으로 휴양지로 휴가 계획을 잡게 된 것이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런 마음이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지금껏 (유전적으로 장이 건강하지 않아) 마른 상태로 살 수밖에 없었던 나로서는, 여리여리했던 아이가 점점 체격이 커져가며 엄마의 몸무게를 훌쩍 넘어서면서부터 적응이 필요했다. 어이없게도 "적응"씩이나.
그렇게 나 스스로부터 몸에 대한 편견을 고쳐먹어야만 했다. 어느새 스며든 "(외형적) 아름다움"에 대한 그릇된 기준을 아이에게 전달하지 않기 위해 노력이 필요했다.
아이와 함께 사이트를 뒤지며 수영복을 고르는 과정에서 조금씩 이런 마음을 표현했다. "너 자신으로 충분히 아름다워". 그리고 함께 고른 비키니 수영복이 도착한 날, 곧바로 자신의 방에 들고 들어가 착용하고는 엄마 아빠 앞에 자랑하러 나오는데 그 시간이 어찌나 고맙고 좋던지...
아이와 함께 계속해서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딱딱하게 굳은 편견이 많은 내게 더욱이.
개개인의 노력과 더불어 이 사회도 함께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는 구성원들이 날로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이 시대를 사는 청소년들이 "아이돌은 아이돌, 나는 나" 이런 생각으로, 지금 자신의 모습 그대로 아름답다는 사실을 잘 받아들일 수 있기를 또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