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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툇마루 Jul 01. 2021

간절히 바라는 게 아니라면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을 마무리할 무렵, 문득 생각이 들었다. '다들 학교를 보낸다고 단 한 번의 고민도 없이 아이를 학교에 보냈었구나.' 그러고부터 서서히 우리 부부는 대안적인 교육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했고 아이에게도 조금씩 여러 가지 교육 방식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공교육, 대안학교, 홈스쿨 등이 있다고. 그 이후 4년간 우리 가족은 홈스쿨에 드는 생각들을 때로는 깊게 때로는 지나가듯 이야기를 나눴고, 그러는 동안 아이의 의견은 자주 바뀌었다. 친구들과 계속 학교에 다니겠다고 했다가 자유롭게 홈스쿨을 해보겠다고 했다가 거의 6개월 정도의 간격으로 아이의 의견은 계속 바뀌었던 것 같다. 홈스쿨을 선택하는 것에 있어서 부모인 우리에게도 긴 고민이 필요했지만, 누구보다 홈스쿨의 한가운데 있을 아이가 그것이 무엇인지, 왜 하는지 알고, 선택하도록 해주고 싶었다. 아직 어리기에 그 선택에 있어 엄마 아빠가 함께 걸어가며 함께 감당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했다. 6학년에 들어서면서 아이는 홈스쿨로 마음을 정했고, 졸업을 할 때까지 그 생각은 확고했다. 그 때문이었는지 아이는 마지막 6학년 시기를 어느 해보다 적극적으로, 즐겁게 지낸 것 같다.


그리고 기다려던 2020년 열네 살, 홈스쿨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함께 계획했던 홈스쿨 시작은 거창했다. 시간에서 자유로워진 만큼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답게 더 여행에 집중해보기로 했고 큰 여행을 계획했다. 4월 중순부터 5월에 걸친 한 달 간의 유럽여행이 그 시작이었다. 각자 가고 싶은 나라나 도시를 선택하고 그곳에서의 스케줄도 각자 계획했다. 최근 3,4년 간을 해리포터 덕후로 살아온 아이는 망설임 없이 영국으로 정했고, 대부분의 계획은 역시나 해리포터와 관련된 곳들이었다. 대자연을 사랑하는 남편은 아이슬란드, 독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나는 베를린을 중심으로 한 일정들이었다. 비행기 티켓부터 각 도시의 숙소, 해리포터 스튜디오 예약까지 모든 준비를 완료하고 이제 더디 오는 출국일만 기다리면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펜데믹이라는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이유로 그 모든 것을 취소해야 했고, 한동안은 아쉬움을 날려버리려 노력했다. 그리고 홈스쿨을 계획하며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외출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들을 새로이 찾으며 완전히 방향을 틀어야 했다. 여행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만나며 배움을 이어가고 싶었던 것은 상상에서 멈춰야 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작에 하루하루가 쉽지 않았다.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야기 나누며 준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첫 6개월 정도는 갈등의 연속이었다. 홈스쿨 첫 일정이었던 여행이 어그러진 것 때문이었는지... 평소 대화가 많았던 우리 부부에게 전에 없던 큰 다툼이 두 번이나 있었으니 홈스쿨의 시작은 만만치 않았다.     




아이의 초등학교 졸업식 날 오후, "홈스쿨 입학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시외에 독립된 숙소로 출발해 이틀 간의 여유를 가지며 천천히 홈스쿨 시동을 걸었다. 전혀 새롭게 시작하면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해야 할지, (펜데믹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종이에 써 내려가며 그에 대한 이유들도 함께 적어보았다. 서두르지 않고 시행착오를 인정하며, 계속 수정하면서 걸어가 보기로 했다.

지난 4년 간의 준비기간에 책이나 인터넷을 통한 방대한 자료조사, 홈스쿨 하는 가정을 직접 만나기, 홈스쿨 관련 기관 찾아보기 등과 같은 것은 없었다. 두 권의 책을 찾아 셋이 같이 읽고 약간의 검색을 통해서 느낀 건 100인 100색, 각 가정마다 모두 다른 홈스쿨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각자 홈스쿨을 통해 원하는 바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우리의 그림을 그리는 것에 집중했다. 우리 가족이 (아이뿐 아니라) 함께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 가족이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많은 대화로 소통했기에 첫 여행 계획은 어그러졌어도 우리는 잘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졌다.


4년간 우리는 무슨 대화를 나누었던가. 남편과 나는 둘 다 이상적인 편이었고 아이의 대학 진학은 우리에게 중요 사안은 아니었다. 그저 아이가 '배움에 대한 즐거움'을 찾고, 학습에 있어서는 자신만의 '속도'를 찾도록 돕자 했는데, 그 속도를 찾아가는 '방법'에 차이가 있을 줄은 몰랐다. 남편이 생각한 속도는 그야말로 아이가 스스로 하고 싶을 때가 올 때까지 끝까지 기다리는 것이었고, 내가 생각한 속도는 아직은 모든 것에 주체적이기는 어리므로 약간의 간섭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로 인해 우리 부부에게는 두 번의 큰 다툼이 있었고 우리 안에서는 해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다행히 알고 지내던 자녀 양육 전문가 부부의 도움으로 진정될 수 있었고 서로 다시 스텝을 맞춰보기로 하였다.


이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은, 우리가 홈스쿨링을 준비하며 나눴던 대화에 현실감이 부족했다는 것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것에 이상을 가지고 그것을 나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끊임없이 이어져야 할 대화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현실적으로 맞닥뜨릴 부분에 대한 자세한 대화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홈스쿨을 시작한 이후에도 홈스쿨을 하는 이유와 목적에 대해서 부모와 아이가 꾸준히 생각하고 수정하는 대화가 필요하다.


부부의 부딪힘 뿐 아니라, 아이와의 잦은 부딪힘도 있었다. 홈스쿨 하는 2년 내내 그랬다. 우리 가정의 경우 홈스쿨의 중심에 아이와 엄마가 있었는데, 그렇다 보니 대부분 엄마와의 부딪힘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이 또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아이에게도 내게도 공유되었고, 홈스쿨은 처음이기에 서로 이해되는 부분도 있었다. 부딪히고 화해하고 다져지는 일상이 반복되면서, 부모와 아이와의 사이에 그동안 쌓아온 신뢰가 얼마만큼인지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 홈스쿨이겠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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