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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툇마루 Oct 05. 2023

몰랐던 또 하나의 사회, 영화 "다음 소희"

여전히 고개를 들 수 없는 어른들

(스포 있습니다.)


죽.어.라. 연습해도 만들어지지 않는 춤 동작을 거듭하느라 땀에 흠뻑 젖은, 열여덟 소희로 영화는 시작된다.

죽도록 벗어나고 싶어도 사방이 막혀있던 소희의 현장실습이 그렇지 않았을까.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나아가서 경찰과 교육청에서도 지켜주지 못한 고3 실습생의 버거운 현실.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생의 자살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한다.)

졸업을 앞두고 콜센터 직원으로 현장실습을 나간 소희의 고통을, 영화 중반부터 등장하는 형사 유진(배두나)의 걸음으로 다시 되짚어보게 된다. 그리곤 어느새 유진의 마음을 타고 아무리 세게 가슴을 쳐도 해소되지 않을 답답함이 그대로 전해온다.

이 영화를 찍는 동안 배두나의 가슴은 어찌 버텼을까. 화면 가득한 그 무거움이 형사 유진의 마음인지 배두나의 마음인지 알 수가 없다. 그 부운 눈이 유진의 것인지 배두나의 것인지.


아이들의 취업률은 학교 내에서는 각 반의 경쟁이고, 학교 밖에서는 각 학교 사이의 경쟁이고, 각 교육청의 경쟁이다. 교사에게, 교감에게, 교육감에게 아이들은 그저 인센티브를 받게 해주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 현실이다. 이런 불합리를 계속 파헤쳐보려는 유진에게 교육청에서 만난 교육감은 이런 말을 한다.

"적당히 하십시다. 이제 교육부 가실랍니까? 그다음은요."

직전에 교육감을 한 대 치고 싶던 주먹이 이 대사를 듣고 내 가슴으로 방향을 틀었다. 가장 먹먹하게 만드는 대사였다. 어디라도 손보려야 손볼 수 없게 만들어진 이 사회가 부끄럽고 미안했다.


그런데... 내 마음은 거기까지였나 보다.

영화 후반부에 소나기처럼 후두둑 쏟는 유진의 눈물을 보면서도 내 눈은 말라있었다. 전혀 모르고 있던 또 다른 세상에 대한 분노 때문에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내 아이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을까.

그동안 우리 사회가 함께 겪은 일들로 미약하게나마 마음을 모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내 마음 한 켠에는 내 일이 아니라는 거리가 남아 있었나 보다. 가슴을 칠만큼 마음이 답답해도, 미안해도 아직 좁히지 못한 마음이 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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