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울은
가장 혐오하던 인간상이 내 안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됨 때문이었습니다.
가식이 죽도록 싫었습니다.
욕심을 감추고 그렇지 않은 척하는 꾸민 겉이 싫었습니다,
우울이 덮쳐온 그날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잠시잠깐 실수라고 스스로에게 말했습니다.
그런 겉을 남김없이 뜯어내고 싶었습니다.
우울에 갇힌 한동안은
누구라도 내게 한 번의 실수라고 넌 투명하기만 하다고 말해주길 구걸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나의 겉을 인정하게 한 말은
누구라도 가식 없이는 살 수 없다고, 그것이 가능하기나 한가 라는 말이었습니다.
시간을 두고
가식으로 겉을 둘렀던 시간을 떠올렸습니다.
시간이 지나
인정되었고 받아들이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일 년 여의 시간이 지나
일상에서 가식으로 겉을 누르는 나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일 년이 지나
받아들이지만 아주 가끔은 순간 흠칫하기도 합니다.
우울의 시간이
앞으로 살아갈 나에게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우울 중에 있는 이에게 그 또한 필요한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금세 나아질 거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우울했던 내가
우울 중인 너의 곁에 좀 더 다정하게 머물 수 있기를 연습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