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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 단상

우울했던 내가 우울 중인 너에게

by 툇마루

나의 우울

가장 혐오하던 인간상이 내 안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됨 때문이었습니다.

가식이 죽도록 싫었습니다.

욕심을 감추고 그렇지 않은 척하는 꾸민 겉이 싫었습니다,

우울이 덮쳐온 그날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잠시잠깐 실수라고 스스로에게 말했습니다.

그런 을 남김없이 뜯어내고 싶었습니다.

우울에 갇힌 한동안은

누구라도 내게 한 번의 실수라고 넌 투명하기만 하다고 말해주길 구걸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나의 겉을 인정하게 한 말은

누구라도 가식 없이는 살 수 없다고, 그것이 가능하기나 한가 라는 말이었습니다.

시간을 두고

가식으로 겉을 둘렀던 시간을 떠올렸습니다.

시간이 지나

인정되었고 받아들이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일 년 여의 시간이 지나

일상에서 식으로 겉을 누르는 나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일 년이 지나

받아들이지만 아주 가끔은 순간 흠칫하기도 합니다.


우울의 시간이

앞으로 살아갈 나에게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우울 중에 있는 이에게 그 또한 필요한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금세 나아질 거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우울했던 내가

우울 중인 너의 곁에 좀 더 다정하게 머물 수 있기를 연습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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