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두 두 두 두 두 드드드드드드드드 둑 둑 둑 둑
'아, 안마기는 괜히 한다고 했나 보다.'
내 옆 침대에 누우신 분은 안마기 켜고도 코를 골며 주무시기도 하는데 내겐 이 소리가 코끼리 발 구르는 소리마냥 크게 울린다. 춥거나 덥지는 않은지 치료기의 강도는 괜찮은지 친절하게 체크 한 후 "불편한 것 있으시면 이 벨 누르시면 돼요." 하고 물리치료사는 자리를 비웠지만 안마기를 꺼달라고 다시 부를 용기는 내지 못했다. '이 치료 끝나고 교체하러 오셨을 때 부탁해야겠다' 하고 있는데 다행스럽게도 안마기의 타이머가 다 되었다.
다다다다다닥 다다다다닥 닥 닥 닥 닥 닥 닥
안마기를 대신해서 교체된 치료기가 내 어깨 위에서 한 톤 높은 소리로 한 동안 울려댔다.
약속이 있지 않는 한 집 밖으로 나서는 일 없이 집 안에서만 지냈다. 더 이상 근력이 없이는 안될 것 같은 부실함 덕분에 집 안에서 하는 운동만큼은 빼먹지 않고 하는 것이 큰 다행이다 싶었다. 그러다 조금이라도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면 최대한 그것을 놓치지 않으려 하는데 오늘이 그랬다. 햇볕도 강하지 않고 열어둔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습도도 높지 않은 것 같아서 무거운 몸을 일으켜 모자를 눌러쓰고 산책을 나섰다. 조금만 걷고 오자 싶은 마음이었는데 서너 달 전부터 가야지 마음만 먹고 있던 정형외과가 눈에 들어왔다. 연초에 다른 병원에 들렀다가 처방해 준 약 때문에 다시 내과를 찾아야 할 만큼 속이 아파서 물리치료 한 번으로 진료를 멈췄더랬다. 아이가 아플 때는 잠시도 미루지 않고 병원을 찾는데, 내 몸의 통증에는 왜 이리 관대한 것인지.
"오십견인 것 같네요. 1-2주 정도 스테로이드 약 먹으면서 물리치료받으시고 차도가 없으면 주사와 도수 치료 병행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4년 전쯤부터 매일 아침 스트레칭도 해오고 있어서 내겐 없을 것 같던 오십견이라는 말에 살짝 억울하기도 했다. 진료실을 나와 물리치료를 받으며 멍하니 누워 있으려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달리 오십견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오십이 넘었으니 오십견이 오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 팔이 더 올리기를 거부하기 전에 그간의 수고를 인정해 주고 아껴주자 싶었다.
나는 나이 드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많지 않은 편이었다. 30대에 40대가 되는 것에 기대감이 있었고, 40대엔 50대가 되는 것에 기대감이 있었다. 지금도 역시 60대가 되는 것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지만, 때때로 거울로 보이는 늙음 거부하고 싶은 순간들도 있다. 눈가 입가에 늘어나는 주름이 밉고, 거뭇거뭇해지는 부분이 늘어나는 것도 싫은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부분을 어찌한다고 해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몸속 어딘가는 쉬지 않고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벌써 80대 중반이 넘어가는 엄마가 때때로 기억력이 점점 나빠지는 것을 속상해하시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엄마, 나도 그래. 다들 그렇게 나이 들어가는 거지 뭐." 하고 쉽게 뱉었던 말들이 새삼 다른 말로 들린다. 나이 들어간다는 건 어쩌면 나이가 많을수록 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들어 올리는 각도가 줄어드는 오른 어깨를 조심하듯, 무엇을 더 조심하며 지내야 할까 잠시 생각한다.
내리막을 걸으며 무릎을 조심하고, 자갈밭을 걸으며 발목을 조심하고, 갑자기 몸의 방향을 틀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어린 사람에게 말하기를, 내가 겪어보지 않은 상황에 대해, 나와 다른 생각에 대해, 더욱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수록 몸을 조심하듯 조심해야 할 것 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