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묵상

K-며느리에게 필요한 용기

내가 어르신으로 불리게 될 때 즈음엔..

by 툇마루

K-pop, K-방역, K-영화, K-문학.

K-가 붙은 이름들이 늘어나고 있다. 나라 밖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에 자랑스럽고 괜스레 뿌듯하기까지 하다.

세계가 알아보진 않지만 우리 안에서 회자되는 것 중에도 K-가 붙은 것들이 있다. K-고딩, K-며느리로 살아가기.. 사실 그리 좋지 않은 의미를 가진 것이다.


K-며느리로서 맞는 명절은 어쩔 수 없이 무거운 시간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지인의 표현에 따르면 “K-며느리는 약자"인 것 같다고.

시댁이라는 공간 속에 들어가면, 아니 들어가기 전부터 이상하리만큼 약자로 변신되는 것 같다. 시부모님의 어떠함에 상관없이 아주 오래전에 심어진 문화가 여전히 뻣뻣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결혼을 하고 16년이 지난 이제야, 조금씩 “제가 할게요”라는 말을 아낀다. 과하게 나서지 않기로 한다. ‘자, 이제부턴 필요한 것이 있는 사람이 직접 움직이도록 하지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직 그럴만한 용기는 없다.

어디선가 목이 마르다는 말이 들려도 못 들은 척 앉아있는다. 저녁 식사가 정리된 후에 라면을 먹고 싶다는 '젊은 남자 가족 멤버'의 목소리를 들렸다. 못 들은 걸로 하기에는 ‘두 주먹 불끈’ 더하기 '두 눈 질끈 감기'를 해야 할 만큼의 용기가 필요했다. 아무도 며느리인 나를 콕 집어 부르지 않았지만 그것은 나를 향한 소리였다. 뒷통수가 따가웠지만 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움직이지 않으니 결국 다른 '여자 가족 멤버'가 라면을 끓여 식탁 위에 놓게 되었다.

처음이 어렵지 두번째부터는 좀더 잘 할 수 있을거라는 말이 며느리에게도 적용될 수 있으리라 믿어본다. 다음 명절에는 좀더 현명하게 대처해 보리라. 남편도 현명함을 좀더 발휘해주길.



내가 어르신이라 불리는 나이가 되었을 때, 당연한 예의라고 생각하며 강요하게 되는 것이 있겠지.

잘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휘둘러서는 안 되는 것이 어떤 말인지, 어떤 손짓인지, 어떤 사소함인지.

아이도 어른도 남자도 여자도 다수자도 소수자도 그 어떤 구분도 없이 존중할 줄 아는 어르신이 되는 게 가능하다면, 그랬으면 좋겠다. 내 세대의 모든 어르신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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