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결코"는 애초에 존재 가능한 말인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은 내 생애 결코 없는 여행지라 생각했습니다. 뭐 대단한 이유는 아니었지만 'spc 매장은 가능한 이용하지 않겠다!'라는 류의 다짐 같은 것이었지요. 꽤 오래 그런 '다짐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기에 주변에서 일본 여행을 스스럼없이 다니는 것을 볼 때 내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제 나름의 숙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특별히 일본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시기에는 더욱 큰 숙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제가 요즘, 참으로 민망하게도 머릿속에 일본의 어느 풍경 속에 들어있는 제 자신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자주 말이죠.
뭐 대단한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요. 다짐 같은 것을 지녀온 긴 세월이 무안하게도 제 마음을 바꾼 건 단 한 장의 사진이었습니다. 일본 여행 다녀온 지인이 sns에 공유한 사진 한 장. 검정 지붕을 가진 집을 중심으로 너무나 일본스러운 단아한 풍경 사진이었는데 그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 이후부터였습니다.
부끄럽게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자신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절로 너그러워지는 저를 보았습니다.
'일본? 갈 수 있지. 외교 관계와 여행을 그리 깊게 연결 지을 것까진 없지. 안 그래?'
가지 않기로 했던 이유가 뭐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지만, 가고 싶어진 이유가 너무 사소한 것이라 혼자서 부끄러웠습니다. 남편에게조차 '나 일본 여행을 가고 싶어 졌어'라고 말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절대", "결코".
이런 류의 단어를 멀리하게 된 것이 정확하진 않아도 족히 5년은 지난 것 같습니다. 살면서 생각이 변하는 경험이 조금씩 쌓이고, 결코 바뀔 것 같지 않던 가치관조차도 바뀌는 경험을 하면서였지요. 쉽게 내뱉은 말이 나중에 후회로 남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저만의 주의보 같은 것입니다. 그렇다고 "절대라는 말을 앞으로 절대 사용하지 않겠어"라는 말도 할 수 없습니다. 언제 또 별 것 아닌 이유로 제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