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함이 남는 궁금증
문득 인식했다.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의 저자가 여성인지 남성인지 궁금해서 검색 창에 작가 이름을 입력하고 있는 나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옆 테이블에 성별이 불분명해 보이는 사람을 보면 일행에게 남성으로 보이는지 여성으로 보이는지 조용히 묻기도 했다.
나는 그게 왜 궁금한 걸까. 생각했다.
궁금한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뒤늦은 어떤 미안함이 올라오는 것은 분명했다.
이 사회는 사회적 감수성이 성숙해가고 있고, 나조차도 말로는 존재 자체로 누구나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는 시점에서 뭔가 어긋난 궁금증이었다.
오 남매로 자라 세 오빠와 지내면서 남성 여성 가름 없이 잘 지내는 편이라 자부하며 지내왔다. 하지만 그런 것과 상관없이 여전히 나는 성별을 소통에 중요한 요인으로 여기고 있었던 걸까.
결국 그 저자는 남성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그는 흔히들 말하는 여성적인 문체로 글을 쓰는 편이었다. (이 말도 옳은 표현이 아닌 것 같아서 쓰지 않으려고 하지만, 뉘앙스를 잘 전달할만한 다른 표현을 찾지 못했다. 남성인데 부드럽고 섬세하게 쓴다고 하면, 그것도 옳은 표현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책을 읽기를 마친 후, 몰랐던 사실에 대한 배움이 남았고 언젠가 다시 읽어서 이 배움을 잘 기억해야겠다고 마무리하면서도 처음에 작가명을 검색했던 나에 대한 불편함이 남았다. 물론 작가의 성별을 알고 읽으면 이해가 더 잘 되는 부분이 있음을 부정할 순 없다. 하지만 그 귀한 배움이 남는 고마운 책이라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나.
성별이 궁금해도 궁금하지 않은 척하는 내가 아니라, 그 자체가 궁금하지 않은 내가 되고 싶다. 이 또한 내게 필요한 어느 한 편의 성숙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