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은 무엇인가요?
아침에 흩어진 가족이 저녁에 다시 모였을 때 나누는 이 질문을 좋아했다.
"오늘은 뭐 했어?"
"오늘은 어떤 일이 있었어?"
"오늘은 ... ... ?"
집으로 돌아온 아이에게 오늘 학교에서 재미난 일이 있었는지 묻기도 하고, 남편에게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묻기도 했다. 특별하게, 특별할 것 없이 답으로 돌아오는 그 질문을 사랑이고 관심이라 여겼다.
침대에서 빠져나오는데만 대단한 마음의 근력이 필요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렇게 지낸 지 3일쯤인가 되던 날, 퇴근하고 온 남편이 나에게 물었다.
"오늘은 뭐 하고 지냈어?"
"... ... ..."
남편은 늘 받아오던 질문이었기에 메아리처럼 그저 돌려보낸 질문이었다.
하지만 달랐다. 같은 질문이었지만 받는 사람의 상태가, 내 마음이 달랐다.
늘 루틴으로 해오던 것마저 하지 못했기에 이 물음이 버거웠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 거냐고, 짜증이라도 내고 싶었지만 그 마저도 무거웠다.
내가 관심이라고 생각하며 던졌던 질문들을 떠올린다.
답변 없는 상대방의 마음을 읽지 못했던 날이 분명 있었겠구나 생각하게 된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던 스스로에게 화가 나던 날들을 겪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부담이다.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많은 것들의 존재를 또 한 번 실감한다.
결코 끝을 볼 수 없는 한계임에도 미지의 누군가에게라도 미안함을 전하고 싶은 무더운 여름의 한 낮이다.
(무더위 속에 모든 분들의 몸도 마음도 안전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