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아흔 되신 할머니가 쉰이 넘은 내게 묻는다면

by 툇마루

"여행지에서 낯선 누군가를 만나서 잠시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 나한테 질문을 하는 거야. 그런데 별것 아닌 것 같은 그 질문이 나한테 큰 영향을 줬어."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인생에서 성공보다 중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질문을 많이 하셨어."

"청소년 때 갈피를 못 잡고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마주치면 인사만 하고 지내던 이웃 어른이 하루는 어깨를 토닥이면서 한마디 건네주시는 거야. 그 손길과 한마디가 어찌나 따뜻하던지 지금도 기억이 나."


TV에서 인터뷰를 하거나, 책 속 과거를 회상하는 페이지에서 이런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만난다. 그 장면 속 화자가 지칭하는 '그 사람', '그 부모'가 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주제넘은 욕심이라 해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다른 욕심보다 이 욕심만큼은 지독하게 품고 싶다. 그러다 보면 어른스러워지는데 어찌어찌 보탬이 될까 싶다. 내 아이에게만 이런 어른이 아니라, 내 아이에게 하듯 다른 아이들을 대하는 어른, 그런 어른.

불가능한 일, 맞다. 그래서 바람이라는 단어보다 욕심이라고 표현하는 게 옳게 느껴진다. 정도에 지나치게 탐하는 것을 뜻하는 단어. 내 아이와 남의 아이를 동일하게 대하려 하는 마음 자체가 정도에 지나치다. 그럼에도 나보다 한참 오래 사신 한 어르신이 어느 날 나에게 너는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묻는다면, 우짜든동 내가 부리는 욕심에 조금이나마 가까워지려 노력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어느 한 사람에게라도 온기와 질문을 남기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참 잘 산 인생이라고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을 것 같다.


(고향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기차 안에서, 어수선한 마음을 정리하다가 쓴 글.)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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