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표현인가?
마법 같은 말이 있다. 단번에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싸아악 사라지게 만드는. 개인적으로 차이가 있겠지만 남편이 하는 말 중에 대화를 끝내고 싶게 만드는 말은 (내가 하는 말 중에도 있겠지만, 물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이제 막 깨달았다.) 이런 말들이다.
“난 모르겠는데?”
“근데 나 졸려.”
“나는 그렇다고.”
“그 얘기 지금 해야 돼?”
“그게 왜?”
저녁 식사를 끝내고 평온한 주말 저녁. 남편은 설거지를 시작하려 장갑을 끼고 나는 주변 정리를 시작하던 차였다. 저녁 식사를 만들면서 사용했던 양념통들을 제자리로 돌려놓다가 최근에 들은 지인의 소식이 떠올랐다.
“자기야, ㅇㅇ이가 요즘 이러저러... 하다고 하더라.”
“그게 왜?”
순간, 하고 있던 행동을 멈추고 남편을 쳐다보았고, 남편은 3,4초가 지나서야 냉기를 감지하고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평온한 저녁이 순식간에 식어버렸다.
“왜 그렇게 반응을 해?”
그제야 남편은 본인이 했던 말을 떠올리고는 아무 이유 없었다고, 아내가 어떤 의도로 그 이야기를 시작했는지 궁금해서 물은 것뿐이라고 했지만, 더 이상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았다. 부부 사이의 이런 일상적인 대화에 의도가 있을 거라 생각한 자체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여전히 딱딱하게 굳어있는 나에게 남편은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이해를 요청해 왔다. 대화 중에 순발력 떨어지는 거 알지 않냐고, 그냥 그렇게 이해해 주면 안 되겠느냐고 말이다. 알고 있지만, 기분이 상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도 요청했다. 차라리 무슨 말을 할지 정리가 안 되었을 때는 기다려 달라는 말을 하라고 말이다. 남편은 알겠다고 하면서도 그게 쉽지는 않다고 토를 달았다. 흥!
무의식적으로 하는 말이 의식적으로 하는 말보다 기분이 나쁠 때가 있다. 어쩌다 그런 말이 나오는 무의식이 만들어졌는지 생각하면 할수록 기분이 더 나빠진다. 방법은 하나. 아무 이유 없었다는 상대의 말을 믿고 생각을 멈추는 것만이 나를 건지는 방법이다.-나 또한 알지만 그게 쉽지는 않다.-무의식적으로 ‘아무 말’들이 나와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더없이 좋겠지만, 항상 긴장을 놓지 않고 살기란 가능하지 않기에. 알겠다 하면서도 그게 쉽지 않겠다는 말을 덧붙이는 그가 얄밉고, 그 말이 미덥지 않지만 어쩌겠나 헤어지지 않고 살려면 그 또한 믿을밖에.
...뒤늦게 물어본, 내가 남편에게 하는 말 중에 대화를 하고 싶지 않게 하는 말
(목소리를 깔고) “자기야, 잠깐 얘기 좀 해.”
(남편이 미안하다고 말하고 난 뒤) “뭐가 미안한지 말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