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묵상

고민 수납 정리법

by 툇마루

고민이 없는 순간이 있을까.

수면 위에서 버둥거리거나, 수면 아래에서 잠잠히 숨어 있는 차이일 뿐.

이조차도 컨트롤할 수 있다면 괜찮다.

하지만 허락 없이 훅 들어와 온통 요동치게 하는 날이 있다.

그 낯선 고민을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관건이다.



<고민 수납 정리 법>


먼저, 머릿속에 어지럽지만 나름 구분된 복도들을 떠올리고 그 복도에 나열된 수많은 방들을 상상한다.

(상상이 시작되었다면 복도가 시작되는 곳에 두 발을 딛고 서보자. 현실에선 이부자리를 펴고 가장 편안한 자세를 선택하고 누워 온몸에 힘을 뺀 상태가 좀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1) 복잡한 머릿속에서 '고민 복도'를 찾는다.

: 서두를 필요는 없다. 복도를 찾아가는 동안 고민의 크기나 긴박함의 정도가 줄어들 수 있어 오히려 좋다.

2) 고민 복도에 도착했다면 '고민방 1'부터 차례로 고민의 유무를 확인한다.

: 제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어떤 고민은 점점 작아지면서 귀퉁이에 자리잡아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확인 오류로 새로운 고민을 같은 방에 같이 넣게 되는 경우, 소멸 직전에 있던 고민과 얽혀 복잡한 것으로 변형되어 버릴 수 있다.

3) 빈 방을 찾았다면, 지체 말고 넣자.

: 방의 크기보다 고민의 크기가 더 크다면, 고민이 실제보다 부풀어진 부분은 없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새로 들어온 고민에 대해 말하다 보면, 과장되게 부풀려진 크기가 줄어들기도 한다.

고민방에 들어가지 못할 만큼 큰 고민을 자주 만난다면, 고민 공간 어딘가에 헛바람 주입펌프가 있는건 아닌지 잘 찾아보아야 한다. 발견된다면 즉시 파기한다.

4) 고민방에 넣었다면 문을 잘 닫아줘야 한다.

: 아무 때나 불쑥불쑥 나오지 않도록.

5) 방마다 넣어둔 고민들을 잘 돌봐주어야 한다.

: 어떤 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작아지고, 소멸되는 것들도 있다. (생각보다 많다.)

중요하고 급한 방부터 하나씩 하나씩 점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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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고민이 찾아올 때 빈 방을 찾아 넣고 문을 닫기까지 실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실력 연마를 위해 계룡산으로 들어가선 안된다. 타인 없이 홀로 연마한 실력은 다시 사람들 속으로 돌아왔을 때 무용지물이 될지도 모른다. 그저 일상 속에 머무르며 연습하는 것을 추천한다.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 그다지 좋아하던 말이 아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많은 고민이 스스로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는 것을 알았고, 나이가 들면서 고민을 처리하는 속도와 축소의 실력이 꽤 늘기도 했다.


오늘도 빈 고민방 하나가 새로 채워졌다.

이 방은.. 삼사일 외면하다가 힘이 다시 생기면 들여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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