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묵상

바람을 맞는다는 건,

'바람'을 좋아하는 사람의 변.

by 툇마루

'바람을 맞는다'는 건 어쩌다 부정적인 의미를 갖게 되었을까.

누구에게 어떤 사연이 있어서 그렇게 흘러오게 된 걸까.



제대로 바람을 맞은 날이 있다. 머리카락을 정리하는 것이 의미 없는.

몸이 휘청거릴 만큼 강한 바람을 맞으면서 날려갈 것은 날려가길 바랐다.

오름 위에 머물던 먼지도, 내 생각 틈에 끼어있던 먼지도.

바람을 맞고 있는 동안 느껴지는 부정적인 의미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바람을 더 맞아도 좋겠다는 생각에 제대로 바람맞을 자세를 잡았다.

흔들리지 않도록 다리에 힘을 주고, 두 팔은 옆구리에서 조금 띄우고, 턱도 조금 들어 올렸다.

눈을 감고, 마음만큼은 이미 바람에 올려두었다.


바람맞다.

"매가 먹잇감을 놓치고 바람을 맞으며 하늘을 빙글빙글 도는 모습에서 온 말"이라고 사전에 쓰여 있다.

'아쉬움'과 '다시 기다림'의 의미로 읽힌다.

오름 위에서 그렇게 바람을 맞으며, 잘하지 못했던 지난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보내고

새로운 것이 불어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다시 눈을 뜨고, 두 팔과 턱을 제자리로 돌려, 다시 걷기 위한 힘을 다리에 불어넣으며 느꼈던 긍정적인 기분은,

바람을 만나고 난 이후에 만날 나의 일상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바람을 많이 좋아한다.

제주 오름 위에서 맞는 바람에겐 특별히 고맙다.

때때로 잘하지 못한 지난 것을 보내는 데 도움을 받는다.

'바람맞다'는 말의 의미에 '새로움을 맞이한다'는 기다림의 의미가 추가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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