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시간이 좋다. 하루에도 몇 번 머릿속에 떠오른 것들을 놓칠세라 -노트북이 켜지는 동안을 기다리지 못하고- 블루투스 키보드에 핸드폰을 서둘러 연결한다. 아침에 씻으려고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칫솔을 물고 다시 나오게 되기도 한다. 기록이 여의치 않아 계속 입 밖으로 반복해서 '그 문장'을 내뱉으며 기억을 지키려 하고 있으면, 남편이 "응? 나한테 무슨 말했어?" 하기도 한다.
잘 쓰지 않아도 된다는 강의를 들은 이후로 이런 순간이 즐거워진 것 같다.
하지만, 즐거움은 여기까지다.
글을 드러내는 용기는 아직 모자라다. 여러 가지 글을 쓰지만 내놓지 못하고 쓰기에서 그치는 글들이 점점 쌓여간다.
'한 사람이라도 공감하면 된 거다'라는 강의 내용을 되새기며 나를 추스르다가도 불현듯 용기가 사라지곤 한다. 비난이 두려운 것일까.
내 글에 대한 확신은 나이가 더 들면, 써둔 글이 더 쌓이면, 구독자가 더 많아지면 그때는 든든히 채워질까.
무엇에도 확신할 순 없지만 그래도 힘을 내어보는 건, 목요일(정기적으로 글 올리기로 스스로 정한 날)이면 내 글이 올라오기를 기다린다는 독자의 한마디 덕분이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이보다 설레는 말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