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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성 Jan 03. 2021

엄마가 일어나기 전에

겨울

웬일로 내 손을 잡아끌며 신발장을 향했다.  

이불속으로 점점 파고드는 엄마보다는 멀뚱히 지켜보던 내 쪽이 더 가능성 있어 보였나 보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딸이 또 아는 척하겠나 싶어 옷을 입혀주고 양말도 신겨주는데 옷에 팔과 다리를 넣는 방향이 제법 나가본 듯 자연스럽다.

옥상에 올라가 새싹이 보이지 않는 화분을 하나씩 돌아보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나중에 듣기론 거기에 할아버지와 파를 심었었다고 한다.

옥상에서 내려와 현관문으로 가는 듯하더니 계단을 급히 기어내려 다.  

어쩐지 옥상에서부터 자꾸 내려다보더라니 공원에 가고 싶었나 보다.

둘이서만 어디 와보긴 처음이라 그냥 지켜보며 따라다니기만 했다.

내가 손을 댈 때마다 자꾸 울어대는 바람에 가능하면 딸과 단 둘이 있을 땐 목소리도 잘 안 내려고 노력한다.

어지간히 움직여서는 집에 가기 싫어할까 봐 계속 걷게 뒀다.

더 놀고 싶은데 집에 가자고 잡아끌면 날 싫어할까 봐.

다행히 계단 내려오는데 힘을 다 썼던지 5분쯤 신나게 걸어 다니다 품에 안긴 채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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