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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성 Jan 16. 2023

바위

#2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한테 바위랑 흙 중에 어떤 걸 고를 거냐고 물어보면 흙을 고르겠지. 하지만 크든 작든 바위는 식물이 살아가는데 필요해.


사실 정원에 바위를 놓는 건 용기가 필요하단다. 사람들은 대부분 정원을 꽃으로 채우려고 하거든. 거기에 바위를 놓게 되면 그 부분은 정원 풍경을 가리기도 하고 어떻게 할 수 없는 자리가 돼. 그래서 사람들은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정원에 바위를 잘 안 넣지.


바위가 정원에서 하는 역할은 쉼터이자 오아시스 같은 거야. 바위가 있는 곳 주변은 햇빛을 가리기 때문에 물이 많고 시원해. 그래서 날씨가 더울 땐 작은 생물들이 바위 주변으로 모인단다.


식물들이 많고 양분이 많은 곳은 언뜻 좋아 보여도 사실 경쟁이 치열한 곳이야. 그 안에는 먹이 사슬이 있고 경쟁이 있기 때문에 사람 눈으로 볼 수 없는 곳에서는 굉장히 바쁘단다.


평화로워 보이는 나무 주변은 사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생물들부터 서로 나무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고 있단다. 그에 비해 바위 주변은 조용해. 바위로 뭘 할 수가 없잖아. 바위 틈새에 걸리는 찌꺼기들을 먹는 이끼나 작은 생물들이나 바쁠까.


그래서 바위 주변에 집을 만들고 사는 동물들이 많은 거야. 거기에는 경쟁이 없어서 다들 쉴 수 있거든. 정원에 바위를 놓는다는 건 정원에 사는 생물들이 안전하게 살 집을 만들어 주는 거야.


바위는 나무나 흙보다도 오랫동안 든든하게 그 땅을 지켜주기 때문에 정원에 바위가 있다면 작은 생물들은 안심하고 정원에서 살 수 있어.


꽃을 보고 싶다면 식물이 잘 커야 돼. 식물이 잘 크려면 주변에 작은 생물들이 많이 살면서 서로 같이 잘 살아야 돼. 그러려면 작은 생물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이 필요해.


꽃을 더 보고 싶어서 꽃을 하나 더 심으면 하나만 늘어나지만 식물과 작은 생물들이 살기 좋은 곳을 만들면 꽃은 언제까지고 몇 송이라도 늘어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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