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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성 Jan 16. 2023

진화

#2

진화를 이해하는 건 그 생명이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존중하는 거야.


진화는 성장이 아니야. 사람들은 무언가를 이겨내고 더 강해지는 걸 진화라고 생각하지. 하지만 그건 성장이라고 부르는 거지 진화는 다른 거야.


모든 생명은 그 모습 그대로였기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있는 거야.


소나무는 잎이 얇고 물이 많이 필요 없었기 때문에 메마른 땅에서 혼자 살 수 있었어. 참나무는 땅속에서 오랫동안 준비한 넓은 뿌리로 물을 가득 모으며 있는 힘껏 열매들을 뿌리기 때문에 많은 동물들과 오랜 시간 동안 같이 살아가는 거야. 자작나무는 바람에도 날리는 가벼운 씨앗들을 만들고 빨리 자라기 때문에 다음 나무들이 들어올 수 있는 땅을 빨리 만들어주며 다시 멀리 날아갈 수 있지.


선인장은 뜨거운 낮에 숨을 쉬면 말라죽어. 잎이 넓은 수국을 마른땅에 심으면 잎이 타버리지. 스노드롭은 키가 작아서 조금만 늦게 피면 키가 더 큰 수선화나 튤립한테 벌을 뺏겨. 수선화와 튤립이 조금 더 늦게 꽃을 피운다면 금세 다른 키 큰 식물들한테 가려지고 양분도 더 뺏길 거야.


지금까지 살아있는 모습 그대로를 진화라고 하는 거야. 진화는 미래가 아니라 이때까지의 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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