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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성 Jan 17. 2023

#1

우리가 다치면 피가 나고 딱지가 앉아. 만약 딱지가 없으면 상처 난 곳에 바람만 불어도 따가울 거야. 그리고 상처 사이로 균들이 들어가면 처음의 상처보다 더 아프게 되지.


땅에서 자라는 풀들은 그런 딱지 같은 역할을 하는 거야. 주어진 게 없는 환경에서도 빠르게 자라나 흙을 덮고, 햇빛을 가리고, 물을 모으고, 작은 생물들을 불러 모아. 그러고 나면 어느샌가 작은 나무들이 자라고, 더 많은 생물들이 모이고, 자연스럽게 나무들은 더 큰 나무들로 자라나면서 작은 마을이 생겨.


나무들의 자리에는 풀을 보기 힘들단다. 풀이 만들어주는 음식들보다 나무들이 만들어주는 음식들이 더 달콤해서 숲 속의 작은 생물들에게 풀은 인기가 없어. 그렇게 풀은 또 자신을 찾는 척박한 땅을 찾아 떠나는 거야.


만약 정원에 풀이 자라고 있다면 무턱대고 뽑기보다는 왜 풀이 여기까지 찾아왔을지 한번 둘러봐. 정원에 일어나는 일들에는 모두 이유가 있어.


풀은 자신을 부르는 곳으로 갈 뿐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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